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꿀꿀 Sep 12. 2023

예뻐 보여, 아프리칸 레게머리가!

이 머리가 정말 예쁘다고?

능귀를 떠나 도착한 곳은 잔지바르 섬 동쪽인 파제해변이라는 곳이었다. 관광객들이 그다지 많이 찾지 않는다는 한적한 파제해변에 온 이유는 단 하나.

김치말이 국수를 판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 주 만에 한국음식이 사무치게 그리워졌기 때문에 나는 이제 김치라는 말만 들어도 입맛이 다셔질 정도였다.

파제해변에서의 김치말이 국수

능귀에서 장장 버스를 3시간 30분을 타고 도착한 파제해변의 하늘에는 기다란 낙하산 같은 게 사방에 두둥실 떠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이곳 해변은 카이트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천국이었던 것이다. 일단 바다에 뛰어들어 하루종일 버스 안에서 달궈진 뜨거운 몸을 바닷물에 식히고는 곧장 김치말이 국수를 먹으러 달려갔다.

일본식 식당인 파라다이스 비치 방갈로라는 식당에서 먹은 김치말이국수는 냉모밀에 김치를 얹은 일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치와 참기름, 통깨 같은 걸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눈물 나도록 맛있게 먹어치웠다. 같은 아시아라고 음식맛이 비슷한 것이 또 이럴 때는 어찌나 친밀감이 느껴지는지.

다 먹고 나니 일본인 할머니가 무슨 연유로 동아프리카의 이 작은 섬에 와서 김치말이 국수를 만들어 파는지가 궁금했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발리에서도 조용한 시골 아메드에서 스위스인 할머니가 혼자서 요가원을 하는 걸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드라마에서 가끔 나오는, 숲 속에 살고 있는 사연이 있는 신비한 할머니란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거였다. 그 신비감을 위해 무슨 사연인지 묻지는 않았다. 그저 국수가 정말 맛있다고, 감사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탄자니아 추천 헤어스타일!

다음 날은 해변의 카페를 찾아 유튜브 편집도 하고, 글도 끼적거리며 한가로이 누워있었다. 누워있던 내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헤어스타일을 바꿔주겠다고 했다. 마침 탄자니아에 온 후 나도 레게머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조금 지루한 참이기도 해서 흔쾌히 머리를 땋겠다고 했다.

레게머리를 땋는데 장장 3시간이 걸렸다. 레게머리를 볼 때마다 도대체 샴푸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일단 레게머리를 하고 나면 일주일정도는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감고 싶다면 가르마에만 샴푸를 묻혀 헹궈내란다. 아마도 레게머리를 하면 몇 달간은 대충 머리를 감고 살아도 될 듯싶다. 게다가 외출할 때는 가르마에 선크림을 바르란다.

머리가 끝난 후 미용사 아주머니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내게 물었다.

"너 남자친구 있니?"

"아뇨 없는데요."

"그러면 오늘 생길 거야. 그만큼 예뻐!"

나는 푸하하 웃고는 길을 떠났다. 작은 요정들이 머리 이곳저곳에 붙어 사방에서 머리카락을  쫙쫙 끌어당기고 있는 기분이었다.  너무 아파 얼굴을 찡그렸지만 길거리에서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온갖 칭찬이 쏟아졌다. 고져스하다, 머리 어디서 했냐, 너무 예쁘다고 말을 걸어왔다.

진짜 이게 예쁘다고?

반신반의했으나 진심을 담은 그들의 반응에 너무나 신기하고도 즐거웠다. 재미로 해본 머리가 진짜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예쁜’ 헤어스타일이란 건 유행하던 아이유 단발머리라던지, 긴 생머리라던지 웨이브 머리였는데. 여기에서는 이게 정말 예쁜 머리란다. 예쁜 헤어스타일이라는 기준도 각양각색이로구나.

숙소로 돌아온 나는 결국 두피가 너무 아파 머리를 풀었다. 그 후에도 한참 두피가 아파 마사지를 해주어야 했다. 아마도 아시아인의 직모와 약한 두피에는 어울리지 않는 머리였음이 틀림없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사람은 저에게 맞는 걸 하고 살아야 하는 모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