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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태도가 문해력을 만든다

듣는 귀와 열린 마음

by 오우

살아가다 보면 종종 모르는 단어를 마주한다. 뇌가 국어사전도 아니고 어떻게 타인이 사용하는 모든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그럴 땐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앞서 만난 착각씨를 떠올려보자. 착각씨와 함께 대화창에 있던 같은 과 동기들은 모두 '심심'을 알고 있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착각씨처럼 '심심'을 '재미없다' 혹은 '싱겁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과 착각씨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눈치와 태도다.


분위기를 살필 줄 아는 눈치 있는 이였다면, 수업이 취소되고 미뤄지는 상황에 그것도 '심심한'의 뒤에 따라붙는 '사과'라는 단어를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의 뜻과는 다른 의미가 '심심'에 있을 수 있겠구나 추측했을 것이다.


문해력을 결정짓는 요인에,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면 모르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그 단어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태도에서 문해력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만약 착각씨가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내가 아는 뜻과 다르네?' 하고 멈춰 섰다면 어땠을까? 이어서 '혹시 이건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주변 맥락을 살폈다면? 그렇다면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몰랐더라도 상황을 통해 의미를 유추할 수 있었다.

대화의 흐름을 살피고 잠시 타인을 관찰하는 여유를 가진다면 모르는 단어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낼 맥락을 파악하는 힘이 생긴다.


문해력은 단어 하나하나를 꿰뚫는 능력이라기보다, 모르는 것을 만났을 때 멈추고, 살피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문해력을 높이는 태도는 다음과 같다.

-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모르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자. 누구나 처음은 있다.

- 맥락을 살피는 습관 들이기

단어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문장 전체와 상황 전체를 보며 의미를 유추해 보자.

-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기

"이게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이해하려는 용기의 표현이다.

- 자신의 틀을 의심하기

"나는 이렇게 배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그 틀이 지금도 유효한지 점검해 보자.

- 열린 마음으로 듣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의 언어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는 문해력의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이런 태도에 더불어 문해력을 높이는 데 아주 실질적인 습관이 있다. 바로 사전 찾아보는 습관이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만으로도 단어의 뜻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단어를 그냥 넘긴다. '대충 이런 뜻이겠지'하고 넘어가면 문해력은 성장을 멈춘다. 반면 단어 하나에 멈춰 서서 사전을 찾아보는 사람은 그 단어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 단어는 단순한 정보를 넘어서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도구다. 단어를 정확히 아는 만큼 생각의 깊이도 달라진다.

착각씨가 '심심한 사과'를 들었을 때, 사전을 찾아봤다면 어땠을까? '심심하다'는 말이 '마음이 깊고 간절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는 단어 하나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문해력의 문을 열었을지도 모른다.


사전을 가까이하는 문해력 향상 습관

- 모르는 단어를 마주하면 사전을 찾아보자

단어의 뜻뿐 아니라, 쓰임과 뉘앙스까지 알 수 있다.

- 사전은 단어의 지도다

단어를 정확히 알고 사전에 나오는 예문을 살펴보면 단어의 쓰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 사전은 연결의 도구다

뜻을 알면 맥락이 보이고 맥락이 보이면 사람의 의도가 보인다.



우리가 언어를 대하는 태도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자세와 마음을 드러낸다. 문해력은 국어 실력을 넘어선 삶을 마주하는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듣는 귀와 열린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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