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원으로 배웠다

by 오우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자잘한 돈을 꾸는 아이가 있었다. 지금 화폐 가치로 치자면 오백 원 정도의 적은 액수였다. 그 아이는 틈이 보이면 모두에게 돈을 빌렸고, 절대로 돈을 갚지 않았다. 적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돌려 달라기 뭐해서 돌려 달라는 말 자체를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가끔 돈을 돌려 달라고 해도 그 아이는 다음에 준다며 돈을 갚지 않았다.

나에게도 그 아이가 다가왔다.


"버스비가 없어서 그러는데 오백 원만 꿔주라."


나는 버스를 타고 등하교했기에 버스 요금이 없을 때 얼마나 곤란한지 알았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오백 원을 꺼내서 빌려주었다. 준 것이 아니라 빌려주었다.

역시나 그 아이는 돈을 갚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었다면 한두 번 돈을 돌려 달라고 하고 포기했겠지만, 나는 꽤 집요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보일 때마다 달려가서 오백 원을 갚으라고 했다.

처음엔 그렇게까지 쫓아다니며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군것질하고, 재미로 학용품을 사는데 돈을 쓰는 모습을 보자, 기필코 오백 원을 받아내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돈일 수 있고, 돈을 빌려주고 갚는다는 약속을 했다면 응당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몇 번은 나중에 준다며 당당하게 말하던 그 아이는 점점 집요하게 돈을 갚으라며 자신에게 다가가는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쯤에서 돈 받는 걸 포기할 생각도 했다. 이 정도 했으면 두 번 다시 나에게 돈을 꿔달라고 하지 않을 테고, 오백 원으로 그런 귀찮은 일을 겪지 않는다면 제법 괜찮은 게 아닐까?

하지만 본인이 돈을 빌려 갔으면서, 돈을 갚으라고 하는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그 아이의 태도를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그 아이가 만든 분위기에 휩쓸려, 고작 오백 원에 사람을 왜 귀찮게 하냐는 아이들이 나왔다. 여론을 만든 그 아이는 내 앞에서 망신을 주듯 말했다.


"오백 원이 뭐라고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받겠다고 난리야?"


그 당시 나는 워낙 담이 좋았기에 맞받아쳤다.


"그러게. 오백 원이 뭐라고 빌려서 돌려주지를 않을까? 그까짓 거 돌려주면 끝나는 거 아니야? 구질구질하게 돌려주지를 않네."


결국 그 아이는 나에게 오백 원을 갚았다.

오백 원을 갚기 싫어서 나를 구질구질한 사람으로 만들려던 행동이 문제였다. 워낙 피해자가 많아서 그 과정에서 오백 원 사건이 오히려 커지고 공론화되었다. 거절 못 하는 친구들은 자주 오백 원을 빌려줬고, 빌려준 돈이 불어나 몇만 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오백 원이 쌓여 몇만 원이 된 친구들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돈을 돌려 달라며 사정을 했다. 하지만 졸업까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돈을 빌려주기 전까지는 갑이지만, 빌려준 순간부터 을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체험해 볼 수 있었던 오백 원은 그 어떤 금액보다 가치 있는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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