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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y 07. 2017

2주 내내 미팅 중

고객과 미팅 미팅 미팅

스타트업을 시작한 지

이제 6주 차가 지나가고 있다. 한 달여간 명함도 만들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대략적인 잠재고객 리스트도 뽑아봤다. 사직서를 낸 직장에 아직 하루 반나절씩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속도가 생각만큼 나지 않았다. 속상하다. 그러나 당장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한 푼이라도 cash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한 시간이라도 제품 개발, 고객 개발에 시간을 쓰고 싶지만 꾹 참고 파트타임에도 성실히 임하고 있다. 


이외에 지난 2주간은 미리 뽑아놓은 리스트 중, 6분의 고객들을 만났다. (정확히는 4개의 공간, 그리고 1분의 공간 매니저님을, 1분의 대표님을 만났다.) 사실 20여 곳이 넘는 곳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10곳이 되지 않는 곳에서 답장이 왔다. 실망할 필요 없다. 회신을 깜빡할 수도 있고, 바쁠 수도 있고, 또는 메일을 확인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다. 그래도 회신율 50%를 넘긴 것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회신이 없는 나머지 50% 잠재고객 분들에겐 이메일, 또는 유선으로 연락해봐야겠다. 


내 전 직장은 SW 기술영업이었다. 실제 이용 고객(user)은 SW 엔지니어 및 application SW 엔지니어 분들이었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buyer)은 해당 회사의 구매팀 담당자였다. B2B 제품인 데다가, 엔지니어 현업분들께서는 다른 선택권이 없이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구매 여부보다는 납기, SW 구성, 기술적인 솔루션 상세 내용 논의가 더 중요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만들고자 하는 제품 역시 큰 그림에선 성격이 다르지 않다. user와 buyer가 다를 수 있고, 또한 B2B SW이다. 그러나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은, 고객 측에서 이 솔루션을 구매해야 하는지, 구매해도 되는지, 굳이 구매가 필요 없는지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대등한 제품을 이미 사용 중이어, 경쟁으로 밀어내야 하는 그림은 아니고, 고객 측에선 이런저런 범용 Tool SW들을 사용하시어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나름 이 시장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말해놓고 솔직히 정말 이 허들을 넘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당장 만나 본 고객분들 중, 50%는 '별로', 나머지 30%는 '좋은 것 같다' 나머지 20%는 '반드시 필요하다'의 응답을 받았다. 

고객 분들께 제품의 beta 출시를 6월, 그다음 출시를 9월이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상세한 계획 검토 없이 그냥 두 달씩 끊어서 말씀을 드려버린 셈이다. 

큰일이다

부트캠프 시절의 속도를 생각하면 안 되는데... 당시엔 스프린트를 3일씩 끊어서 일주일에 두 번의 스프린트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개발만의 속도는 가늠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고객도 만나야 하고, 아직 그만두지 못한 파트타임 일도 있다. 제품 개발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래 혼자 작게 lean 하게 가려는 계획을 약간 수정해서 주니어 개발자분, 혹은 CTO급의 공동창업자분을 찾아보기로 했다. 로켓펀치에 채용공고를 출사표와 같은 비장한 채용공고를 냈다. 예전에 다른 스타트업에서 사람 구하는 글 중, 미래를 같이 하고, 비전을 공유하고, 역사를 새롭게 쓰자는 등, 제2의 에어 비앤비 같은 오글거리는 이야기를 보고 나는 절대 저렇게 쓰지 말아야지 했는데...


지인들이 채용공고 보고 '오글거린다고' 했다. 실패했다. 나름 최대한 오글거리는 내용을 제외했다고 판단했는데.. 뭐 어쩔 수 없었다. 부끄럽게도 당장 월급여를 드릴 순 없다고 솔직히 적었다. 이전에 했던 여행 스타트업에선, 월급여를 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채용 공고에 적당히 숨겼었다. 그리고 면접 시 만나서 개미 같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 이번엔 사실 그대로를 말씀드리고 있다. 채용이라기 보단, '동료'를 구하고 싶은데, 어디 나와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기가 쉬운가. 어러울 게 뻔하지만, 그래도 계속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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