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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날 스튜어디스 Sep 04. 2022

한국에서  가장 대우받는 제주 신부.

(제주의  결혼 풍습 2)

안개 때문에 가슴 졸인 결혼식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내려니, 과거 누군가 나에게 '한국에서 가장 대우받는 신부는 '제주 신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려서 늘 보아왔던 ' 제주 결혼식 '모습과, 서울생활을 시작하며 경험한 소위 '육지식 결혼'을 비교하면 꽤 공감이 된다.


제주에서는 '딸을 시집보낸다'라는 표현 대신, '딸을 판다"라고 표현한다.  왜 그럴까? 내 나름의 해석을 해봤다. 제주를 삼다도라 하지 않는가? 돌 바람 여자 가 많다는 뜻.. 여기서 여자가 많다는 건 숫자적 의미가 아니라, 제주 여자가 엄청 부지런하다는 뜻임을 아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저는 아닙니다ㅎㅎ). 척박한 땅과 바다에 둘러싸여, 집안일은 물론, 아기 키우기 , 밭일, 해녀일 등등 제주 남자가 하는 일에 비해, 여자들이 해내는 일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제주 풍습이 그런탓인지, 똑같이 밭일을 해도 남자는 집에 오면 씻고 쉬지만, 여자는 그때부터 다시 식사 준비, 아기보기, 집안 일등을 끊임없이 해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탓인지, 요새 젊은 층들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제주 남자들은 여전히  제주 여자의 '억척'을 따라잡진 못하는 거 같다. 그래서 며느리를 들인다는 것은 그 집안의 노동력에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며느리를 잘 들이면 집안이 흥할 수도 있다는 개념에서 'sell (판다), buy (산다),  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냥 제 생각입니다.)


  옛날에는 제주에서 결혼식을 1주일에 걸쳐서 했다는 '썰'도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보통 3일에 걸친 결혼식이다. 제주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한 건 '돼지'를 준비하는 일이다. '제주 흑돼지'가 맛있는 건 온 천하에 소문난 얘기 아닌가? 그래서인지 제주사람들도 '소고기'보다 '흑돼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결혼식에 돼지 몇 마리를 잡는가?라는 게 그 집안의 재력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식 전날은 '가문잔치'라고 하여, 신랑 신부가 각자의 집에서 친지며, 동네 손님들을 맞이한다. 신부는 유명 미용실에서 '신부화장'을 하고 곱디고운 한복을 입고, 하루 종일 집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며, 축하인사를 받는다. 그리고 신랑은 신랑 본인 집에서, 친척 또는 온 동네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다.  여기서 독특한 건 각자의 집 대문을 대나무 이파리, 풍선, 각종 꽃들로 장식하여, 꽃 대문을 만들고 동네방네 "우리 집은 잔칫집"이라고 광고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동네 '잔칫집'이 있으면 3박 4일 세끼는 그곳에서 해결하는 게 '국 룰'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거의  3-4일 무료 식사가 제공된다고나 할까?  특별히 신랑 측에서는 결혼식 당일 '신부'를 위한 '신부상'이라는 걸 준비하는데 온 동네 소위 요리 잘한다는 주부들이 다 모여 요리를 하였다. 나의 친정엄마도 늘 불려 가는 '요리사'(특별히 요리 장식에 재능이 있으심) 였던걸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모른다. 물론, '신랑상'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신부상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열심히 '신부상'을 검색해 보았지만, 위 사진의 상차림은 미미할 뿐, 내가 기억하는 '신부상'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신부상은 주로 신부의 친한 친구들이 같이 모여 먹는데, 어려서 얼마나 그들을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엄청나게 화려하고 맛있는 상차림이 방으로 들어가면 그들은 문을 꼭 닫아버렸다. 그리고 상이 나올 때쯤은 빈상으로 나왔다. 비닐봉지를 달라더니 남은 음식마저 다 챙겨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려서 꿈이 '신부 친구'였던 적도 있었던 거 같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 이날은 또 시내 유명 미용사가 신부집으로 와서 제대로 된 신부화장을 해주고 드레스도 입혀준다. 꽃단장을 마칠 즈음 신랑이 신부집으로 신부를 데리러 온다. 이때 함을 갖고 와서 신부 측 어른들께 드리고 절하며, 신부를 데려가는 형식을 치른다. 이 절차가 끝나면 신부 측 가족 친지들과 함께 예약한 예식장으로 향한다. 신랑집에서는 또 그들 나름대로 "예식장"으로 간다. 이렇게 신랑 신부 식구들이 모여 예식을 치르고 난후,신랑 신부는 그들의 친구들과 제주의 아름다운 야외로 피크닉을 간다. 그들끼리 놀기도 하며, 새로운 커플이 탄생하기도 하고 , 소위 사진사들이 달라붙어 그때부터 '야외 촬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주의 풍광과 아리따운 신랑 신부의 어우러짐은 말해 무엇하리오? 피크닉이 끝나면, 신부를 데리고 신랑집으로 간다. 여기서 신부는 위에 언급한 휘황찬란한 '신부상'을 받고, 식사를 하고 , 다시 곱디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신랑 측 친지들께 예를 갖춘다. 예식장에서나 잠깐 웨딩드레스 입는 육지 신부들에 비해 하루 종일 원 없이 웨딩드레스 입고 풀밭에 뒹굴며 사진 찍고,산해진미 가득한'신부 상' 받고, 동네 사람들이 이뿐'신부'구경한다며 달려오고.... 뭐 이런 점에서 가장 대우받는 '제주 신부'라고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내 기억에 2000년대 즈음부터 집에서 하던 이런 결혼식이 너무 '허례허식'이기도 하고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일면서 서서히 육지 스타일로 변해가긴 한 거 같다. 난 1997년 결혼식이고, 부모님 입장에서는 '첫 혼사'이기도 했으니 제대로 격식을 갖춰 치르고 싶어 하셨던 거 같다. 그런데 남편이 소위 '육지사람'이니 쌍방에서 할 순 없고, 그래서 우리 부부를 결혼식 전날 제주에 내려오라 하여, 우리 집에서 돼지 잡고, 음식 마련하여  신랑 신부 소개하는 '가문잔치'를 한 것이다. 원래 신랑 측에서 마련해야 하는 '신부상'도 친정엄마가 직접 다 준비해 주셨다. 딸이 육지 남자 만나서 못 받는 '신부상' 대신 차려주고 싶으셨던 거다. 서울까지 오시기 어려운 동네분들도 대접하고 싶어 하셨다. 제주 결혼식이 끝나고 우리 부부는 뒷날 '인천 결혼식'을 위하여 밤 비행기로 서울로 올라왔고, 부모님은 뒷날 아침 비행기로 올라오시면서 생겨난 '안개 결혼식' 에피소드이다.  


사진출처 : doo2 님 블로그


ps: 제주에 가면 '가문잔치'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데가 꽤 보이더라고요. 아마도 '가문잔치'음식처럼 맛있게 차려준다는 거 아닐까 싶어요. 제가 쓴 내용은 많이 함축된 것이라, 제주여행 기회가 있으신 분들은 '제주 민속 자연사 박물관'에 가면 매우 자세한 자료와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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