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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저는 일찍 들어가 보겠습니다

회식 자리 거절 후 중년 남자는 깨달았다.

by 고프로

퇴근 시간

부장의 간이 알코올을 원한다.

" 오늘 저녁 시간되는 사람 있나? "

다들 눈치를 보는 사이 정 과장이 일어선다.

" 그렇지 않아도 곰장어 집 좋은데 알아놨습니다"

부장은 입이 귀에 걸리도록 미소를 짓는다

" 역시 정 과장이야 그럼 지금 되는 사람만 해서 출발하자고!"

분위기에 휩쓸려 눈치 보던 팀원들도 부장을 따라나선다.

정 과장은 업무도 문제없이 하는 데다

윗사람과의 술자리를 즐긴다.

조직에서 이런 류의 사람들은 빠르게 진급하고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년의 남자는 정 과장과 반대다.

술자리 다음 날이면 숙취에 시달렸다.

그래서 술자리 보단 독보적인 성과 창출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남들이 볼 땐 비슷비슷해 보였다.

결국 그의 동기 정 과장은 3년 일찍 진급을 했고

팀장 1순위 후보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말년 대리다.


부장의 즉흥적인 술자리 제안

그도 안다.

직장에서의 술자리도 업무의 연장인 것을,...

하지만 그는 회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다.

그는 재킷을 입고 있는 부장에게 다가간다

" 부장님 저는 오늘은 선약이 있어 다음에 가겠습니다"

그러자 부장은 예상을 했다는 표정으로 눈을 힐끔 흘겨보며 말한다.

" 왜 다음에는 어떤 핑계를 대려고? 혼자서 너무 바쁜 거 좋지 않아"

시간 되는 사람만 편하게 참석하라

해놓고 눈치를 준다.

부장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 역시 부장의 술자리를 가지 않으면

불안하고 소외감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마음이 후련했다.

자신을 찾는 여행의 시작은

"거절"에서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새벽 1시

팀 단체 방에 정 과장이 부장과 팀원들의 회식 사진을 올린다.

그리고 새벽 3시

정 과장이 문자를 남긴다.

" 부장님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영업부 최고! "

출근


9시가 되어가니 팀장, 부장

그리고 자신의 동기 정 과장도 출근했다.

사무실에 알코올 냄새가 진동한다.

어제 거하게 한 잔 했는가 보다

부장은 아직 술이 덜 깬 얼굴로

팀원들을 보며 말한다.

" 어제 많이 마셨으니 해장하러 가자"

말이 끝나자마자 정 과장은 일어나서

" 부장님 좋아하시는 재첩국 집 예약 해뒀습니다"


중년의 남자도 술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회식 자리의 술은 전투였다.

부장이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담아주면

한 번에 마셔야 했다.

그렇게 마신 다음날은 몸과 기분은

엉망이었다.


윗사람은 부하직원 술을 글라스에

가득 담아 권한다.

아랫사람은 다 마셔야 한다.

다 마시기 전까지 부장은 술병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잔이 비워지면 다시 소주를

가득 채워 다음 사람에게 넘긴다.


중년의 남자 눈엔

부장은 술을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싫었다.


경매 입찰 대리인 공태훈 팀장


이번 주는 충북 예산의 메디컬 상가에

입찰 예정이다.

이전같았으면 부장의 질책에

안절부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경도 안쓰인다.

마치 컵 안에 빨간 잉크 한 방울은 물을 빨갛게 물들여 버리지만

바다 위의 빨간 잉크 한 방울은 바다를 빨갛게 물들이지 못한다.

그는 경매의 바다에 흠뻑 빠져있었다.


퇴근길 경매 입찰 담당자인 공태훈 과장이 전화가 온다.


" 내일 입찰할 충북 메디칼 센터 빌딩 서류 준비 다되었고 걱정하실까 봐 미리 전화드렸습니다 "

" 아 네 걱정은 무슨 항상 잘해주셔서 감사하죠

먼 길 잘 다녀오시고요 "

" 네 그럼 내일 도착하면 현장 분위기 전달 해드리겠습니다 "


중년의 남자는 입찰 대리인 공 팀장을 좋아한다.

부산에서 멀다는 강원도, 대전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함 ,

입찰 전 미리 서류를 챙기는 꼼꼼함


경매 대리 입찰이라는 업무는

보수도 적고 먼 길을 가야 하는 고된 업무다.

하지만 이를 호텔의 고급 서비스처럼 만든

공 팀장을 보며

그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 팀장과 통화를 하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다.

갑자기 중년의 남자는 항상 시기했던

정 과장이 떠올랐다.

정 과장은 술 하나로 진급을 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갑자기 문득

어쩜 정 과장도 공팀장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부장이 정 과장을 아끼는 이유는 모두가 꺼려하는 회식을 축제로 만들기 때문에 아닐까?"


그 순간 중년의 남자는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부장에 대한 미움

정 과장에 대한 시기심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이 세상을 위해 만들 수 있는 축제는 무엇일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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