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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진석 Sep 16. 2024

남의 유익 구했더니?

이런 일이 일어났어요.


Pixabay'병동


1) 최근에 할머니가 아프셔서 전라도 광주에서 병간호를 처음으로 제대로 해보았다.


12시간 동안 이틀정도 할머니 옆에서 필요한 일들을 도와드렸다. 그 과정 속에서 느낀 점들이 많다. 일단, 할머니 옆에는 94세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정말 나약해진 상태로, 아무것도 혼자 할 수가 없는 분이셨는데,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고용한 간병인을 때리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화장실도 혼자 못 가니, 그게 고통스러웠는지 소리를 지르셨다.


어떻게 보면 얘기 같은 면을 많이 본 것 같은데, 정말 인간은 죄인이구나를 첫 번째로 느꼈고, 인간만큼 연약한 존재가 없구나를 뼛속 깊은 곳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이 세상에서 잘 사든 못 사든 누구나 늙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순간이 오겠구나.. 나의 인생을 가치 있게 살다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고, 나도 저런 순간이 올 텐데 언젠가 병동에 누워있는 나 자신한테 ‘진석아, 수고했어. 멋진 인생을, 잘 살아내주어서 고마워 진석아’라고 말하며, 나를 도와주었던 이웃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곱게 늙어가는 노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수원에서 아토피 치료를 받고 있는 와중이지만, 그럼에도 할머니를 병간호하러 전라도까지 가는 사랑을 행했더니, 외가족의 유익을 구할 수 있었다. 할머니를 향한 용기 있는 결단이 외가족의 유익을 구한 셈이다. 나는 앞으로도 외부의 환경으로 행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오직 ‘사랑’으로 남의 유익을 구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출처:Pixabay

 2) 최근에 또 옷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껍데기는 가라’ 연재 글에서 내가 옷에 대해 약간 비관적인 시선으로 글을 썼었는데, 막상 나 스스로도 옷에 대해 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가치관을 지키며 사는 게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옷이 주는 긍정적 효과를 생각해 보면, 옷을 통해 ‘남의 유익’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깔끔하고 단정히 입는 행위는 만나는 사람에게 예의를 표할 수 있으며, 상대를 위한 행동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옷의 디자인이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상대에게 오히려 반감이 들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만나는 '상대를 위한 옷을 입자'라는 것이다. 옷을 쇼핑할 때도, 너무 노출돼있거나, 너무 와이드 해서 나의 몸을 과도히 가린다거나 하는 옷은 오히려 상대를 위한 옷이라기보다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옷으로 변질된다.


 그래서, 소개팅을 갈 때는 깔끔히 단정하게, 회사를 갈 때는 회사의 분위기에 맞게, 친구를 만날 때는,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옷으로 유동적이게 코디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 생각 속에 사랑이 흐르고 이웃의 유익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ㅎ 남을 위한 생각은 그 자체가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3) 지역아동센터에서의 남의 유익 구하기.


최근에 옷, 앨범, 드라이기 등등 나를 위한 소비들을 했었다. 소비들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오묘한 어색함이 뭘까 스스로 고민해 봤는데, 내가 남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나한테만 소비를 한 것에 대해서 애매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주님께 ‘남의 유익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간단한 기도를 드린 후,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문득, 작년에 근로장학생 생활을 했던 한 지역아동센터가 생각이 났다. 나는 한 3개월 간격으로 이 지역아동센터를 놀러 가서 친한 아이들과 대화하고 원장님을 비롯한 선생님들과 인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놀러 갈 때마다 알로에주스, 떡볶이, 옥수수 등등을 사갔었는데, 오늘은 우리 아파트가 장 서는 날이라 옥수수를 사갔다.


남의 유익을 구한 것이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보니 또다시 관계 속에서 얻는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나를 계속해서 기억해 주었다고 하니 너무 고마웠고 감사했다. 역시 사람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 관계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사회적 존재가 맞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관계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이웃들의 유익을 위해 행동하는 성숙한 젊은이가 되고 싶다!



Behind Story


1)에서 말한 '단정한 옷으로 남의 유익 구하기'를 성경적 해석으로 자세히 풀어보겠다.

바울은 제사드린 고기를 먹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제사 지낸 고기를 먹은 이유가 하나님 앞에서는 우상이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울은 만약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고 믿음이 약한 사람이 실족한다면 자신은 안 먹는다고 단언한다. 이게 핵심이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것의 핵심이 '이웃사랑'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품이든 무슨 물건을 사든 상관없다. 하지만, 믿음이 약한 사람이 그걸로 인해 실족한다면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입지 않는 것, 우상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겉으로의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중심에 있는 사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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