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언어는 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어서 어떤 어휘나 문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권의 문화적이며 사회적인 배경,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설명하지 않고서는 해당 어휘나 문법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 숙달도가 최상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명쾌하게 해답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그때문인 경우가 많지요.
전공을 살리다
라는 말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에게 설명할 때
저는 한국의 사회적인 배경을 먼저 설명합니다.
을 먼저 설명합니다.
따라서 나의 관심사나 공부하고픈 전공보다 대학교 순위가 결정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랭킹이 높은 대학으로 진학부터 하고 보는 한국의 현실을 (씁쓸하지만) 설명합니다.
점수에 따라 정한 전공을 죽이지 않고 살려서 취직을 하거나 진로를 정하느냐
아니면 전공을 죽이고(!) 전공과 무관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찾느냐.
그리고 '살리다'의 의미도 설명합니다.
먼저 '살다'의 의미를 아는지(살다, 죽다) 확인한 후 사동형 '살리다'를 찬찬히 제시합니다,
살다 - 살리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직업이 뭔지 묻고 '의사'라는 대답이 나오면
사람을 살리다 <-> 사람을 죽이다
이렇게 반대 의미까지 제시하거나 확인하여 '살리다/살게 하다'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면
그때서야 '전공'과 '살리다'를 함께 엮어서 제시합니다.
자신이 공부한 전공을 죽이지 않고 살리는 것
까지 의미를 확장해 제시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을 살리다 , 죽이다 와는 다르게
전공의 경우엔 반대의 의미로 '전공을 죽이다'라는 말을 쓰지 않고
이렇게 언어 교육에는 문화에 대한 설명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공항'이 뭐예요? 라고 했을 때 그냥 'airport'라고 대답하는 것보다는
'학교'가 뭐예요? 라고 했을 때 'school'이라고 대답하기보다는
전자의 경우엔 '공항은 비행기를 타는 곳이에요.', '여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요.'라고
후자의 경우엔 '학교에서 공부해요.', '학교에 선생님과 학생이 있어요.'라고 설명해 주는 것,
그 단어를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을 말로 그려주는 게 외국어를 배울 때 오래 오래 기억된다.
'전공을 살리다'라는 어휘를 설명하기 위해서 앞뒤로 해야 할 설명이 많지만
"대학교 때 배운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영어로, 중국어로, 독일어로 설명해 주기보다는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로 한국의 문화까지 자세히 설명했을 때 학생들의 기억에 더욱 잘 남는다.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