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하고, 네가 응원하고, 하늘과 땅이 힘을 보탠다
나는 '사지(四知)'라는 단어를 아주 좋아한다. 이 단어는 '네 가지가 안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두 사람만의 비밀이라도 어느 때고 반드시 남이 알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후한(後漢)의 양진(楊震)이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부임했을 때, 왕밀(王密)이 밤중에 찾아와서 당신과 나밖에는 아무도 알 사람이 없다 하며 금(金) 열 근을 바쳤을 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안다 하며 받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후한서≫의 <양진전(楊震傳)>에 나오는 말이다.(https://wordrow.kr 자료 참조)
속뜻은 세상에 비밀이 없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를 약간 다른 뜻으로 사용한다. 그것은 결심한 것을 입밖으로 내면 말한 사람이 열심히 하고 그 결심을 들은 사람이 열심히 응원할 것이고 하늘과 땅이 힘을 보탤 것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네 가지가 그 결심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으니 관심을 가질 것이고 잘 이루어지는지 살펴 보며 도와 줄 수 있다.
'말이 씨가 된다'와도 관련이 있고, 말이 가진 힘을 나타내기도 한다.
내가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내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나는 결혼 전에 정말 작은 방에서 살았다. 몇 평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부엌이랍시고 정말 작아서 아무 것도 없는데 불을 켜면 바퀴벌레가 사사삭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가끔은 신발을 벗어 바퀴벌레를 잡기도 하던 그런 곳이다. 그곳에서 멀리 서 있는 원룸 아파트 건물을 보면서 저 아파트에 꼭 살아보리라 결심했었다.
결혼 전에 나는 외국인이나 연하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동갑도 무척 어른처럼 느껴져서 어려웠다. 어찌 되었든 결혼 전에 나의 결심은 그 원룸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것과 연하나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이었고 이것을 말로 표현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말의 힘이었는지 하늘과 땅이 도왔는지 이 두 가지가 다 실현되었다. 잠깐이지만 그 아파트에서 살았었고, 연하의 남자와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사지', 네 가지가 알고 도와 줄 것이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속으로 담고만 있지 말고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병은 소문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9월 14일, 오마이뉴스에서 카톡이 왔다. 내 기사가 정식 기사로 채택되었다는 반가운 내용이다. 바로 들어갔는데 제목을 보고 '앗!'했다. 이런. 내가 날마다 천변에 나가는 내용이다.
어쩌면 좋지? 솔직히 안 나간 날도 있는데. 하지만 기사를 고치는 대신 나는 이것을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이름으로 나가는 기사의 제목이 '날마다' 천변에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제목대로 난 날마다 천변에 나가기로 했다.
내 이름으로 나간 기사이므로 앞으로 가능한 날은 날마다 '쓰담걷기'를 할 생각이다. 피곤해서, 귀찮아서 라는 이유로 빼먹는 날이 없게 할 것이다.
말을 한 내가 지켜야 하고 들은 사람이 확인할 것이고 하늘과 땅이 지켜볼 것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덕분에 가끔씩 빼 먹던 천변 쓰담걷기는 날마다 하는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쓰담걷기'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쓰레기를 보이는 대로 주우면 나중에 분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종류별로 줍기로 했다. 가장 먼저 주운 것은 쇠나 철로 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더 이익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렇게 주운 쇠나 철은 아파트로 와서 분리 배출했다. 소주병도 하나 주웠다. 이건 가게에 가서 환불받을 생각이다. 지난 번에도 이렇게 모아서 천 원 넘게 환불 받은 적이 있다.
▲ 쓰레기 봉투 옆에 놓은 부대 쓰레기 봉투가 넘칠 것 같아서 조금 옮겨 놓았다. ⓒ 김은숙
쓰레기를 줍는데 부대가 있어서 그 부대에 쓰레기를 담았다. 이 부대가 가득 차면 길 옆에 세워 놓았다. 그런데 이렇게 모아 놓기만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들고 다니기엔 다소 무겁다. 다음엔 이걸 어찌해야 할까.
▲ 쓰레기를 담아 놓은 부대 쓰레기 안에 쓰레기를 담아 놓은 꼴이다. ⓒ 김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