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식탁 위에는 침문만 흐르고
믿음이 머무는 동네
이안은 중학교 2학년이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아이도, 두드러진 아이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아니었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지만, 그게 언제였는지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 그는 말이 없는 아이였다. 아니,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아이였다. 그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은 없었다.
이안의 하루는 언제나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방 안은 변한 것이 없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햇살이 방바닥을 비췄고, 벽지 위에는 누렇게 바랜 얼룩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 벽지를 쳐다보지 않았다.
쳐다본다는 행위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도 눈을 떴지만, 알람이 울릴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깨어나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식탁 위에는 늘 그렇듯 토스트와 우유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준비한 건 엄마였다. 하지만 식탁 앞에 앉은 이안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출근 준비로 분주했다. 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었고, 머리카락을 질끈 묶으며 재빨리 구두를 신었다.
“토스트 식기 전에 먹어.”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 아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건 당연한 전달 사항이었고, 업무 지시처럼 들렸다.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곧 아버지가 현관에서 말했다. 아버지는 이안과 엄마를 스쳐 지나간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다정한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다녀올게.”
그 한 마디만 남기고 아버지는 문을 열고 나갔다. 엄마는 현관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을 들어 어깨에 메며 말했다.
“나도 나가.”
그녀는 곧 뒤따라 집을 나섰다. 신발을 신는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그 모든 소음이 들리는데도 집 안은 조용했다.
이안은 식탁에 앉아 식지 않은 토스트를 들었다. 입으로 넣지 않은 채 한참을 바라보다가, 우유를 마셨지만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냥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맞은편 자리에 동생 에린이 앉아 있었다. 에린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늘 그렇듯 조용한 아이였다. 아침 식탁에서도 에린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안과 눈을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오빠와 동생이 아닌,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두 사람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에린은 접시 위의 토스트를 천천히 먹어갔다. 이안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늘 항상 이런 식이지.’
그 말은 질문이 아니라 결론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묻는 일조차 그는 포기한 지 오래였다. 식사가 끝나자 이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린도 그와 같은 타이밍에 조용히 일어섰다. 두 사람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로를 보지 않은 채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학교로 가는 길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이안은 묵묵히 걸었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느낌도 없었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은 그의 곁을 지나갔다. 그들 역시 그를 부르지 않았고, 그도 말을 걸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늘 항상 이런 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