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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욥 Jun 20. 2024

1씨 3배 난봉꾼

개판 오 분 전 외갓집 식구들 상태

 우리 가족이 이태원에 살 때, 엄마의 신당을 부수었던 삼촌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06년 7월, 외할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제일 큰 외삼촌이 지내던 제사를 셋째 삼촌이 떠안게 된 사건이 있었다.


 첫째 외삼촌은 이미 연로한 상태에다 그 댁 가정 형편이 제사를 지낼 형편이 아닌 데다가 숙모 하고마저 헤어지게 되어서 제사를 지낼 형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둘째를 놔두고 왜 셋째로 가게 되었냐? 둘째 삼촌네는 삼촌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개신교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제사 따위를 할 리가 없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제사를 셋째 삼촌이 가져가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가져가게 되기까지 말이 참 많았다. 셋째 삼촌 입장에서는 본인이 장남도 아니고, 차남도 아닌 셋째 아들인데 왜 가져가야 하느냐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엄마가 나서서 평생 제사 비용은 본인이 대겠다는 굳은 약속이 있고 나서야 수락을 한 것이다. 

 정말로 엄마는 셋째 삼촌이 제사를 모셔갔을 때부터 명절이면 명절, 제사 때는 무려 백만 원 이상씩 보냈다.


 그런데 내가 보는 외갓집 형제들은 너무 형편이 없었다. 그렇게 명절, 제삿날이 오면 모여서 어김없이 서로 헐뜯고 싸우기 바쁜 형제들이었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 모습을 쭉 봐 왔기 때문에, 외삼촌들이라고 하지마는 그들을 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한 사람으로 두지 않았고, 전혀 왕래나 소통을 하지 않았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간혹 엄마가 원해서 제삿날에 셋째 삼촌네로 가게 되면 난 그들에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외손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그런 관심 없는 외종질. 그것이었다.


 그날도 외할머니의 제삿날이라 엄마를 모시고 셋째 삼촌네로 들어갔다. 그런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김없이 그들은 서로 싸워대고 있었다. 나는 그 꼴이 보기 싫어서 작은 방에 콕! 하고 처박혀서 있었는데, 이번에는 밖에서 들리는 싸움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형제들의 큰 소리 사이에 엄마의 목소리도 함께 섞여서 나는 것이다. 


 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왔더니 엄마와 삼촌들과 싸우고 있었다. 나는 엄마 뒤에서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데 서로서로 싸워대다가 엄마와 막내 삼촌인 혁이 삼촌과 싸움이 붙은 것이다.


 나는 어른들의 일이라 중간에 껴들기가 어려워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데, 혁이 삼촌이 엄마에게 도가 넘는 막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버틸 수 없어서 중간에 껴들고 말았다.


" 너 이 새끼 어른들 일에 건방지게 껴들고 있어? ”

" 삼촌!! 삼촌도 누나한테 건방지게 구는데 아들이 왜 못 껴들어요? ”

" 뭐!?? 이 개새끼가 정말!! ”


 그렇게 엄마와 혁이 삼촌 사이의 싸움이 혁이 삼촌과 내 싸움으로 번졌다. 엄마는 흥분한 나를 말렸다. 엄마도 알고 있다. 내가 한 번 흥분을 하면 어찌 되는 지를 말이다. 나는 삼촌의 얼굴에 내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악다구니를 질러댔다. 삼촌도 내 악다구니를 듣고는 표정이 정말 질려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 하~ 정말 내 인생에서 정말 정말 정말로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야 당신은!! ”

“ 뭐? 당신?? ”

“ 그래!! 당신!! 이 가정 파탄자 새끼야!! ”


 그 순간 삼촌의 손이 내 얼굴로 날아왔다. 나 역시 삼촌에게 맞고, 솔직히 힘으로 하면 그깟 인간쯤은 밟아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엄마도 계속해서 날 말렸고, 그리고 다른 어른도 있어서 겨우겨우 참았다. 그런데 그 혁이 삼촌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내뱉고 말아 버렸다.


" 야!! 그럼! 니 애비가 바람을 피우는데 가만히 있어야 된다는 거냐? 잘못은 니 애비가 했지 내가 했냐? 이 등신 새끼야!! ”

" 뭐요? 당신이 재팬라이픈지 뭔지 꼬드기지만 않았어도 우리 가정은 평화로울 수 있었어!! 그걸 알고나 있긴 한 거야?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있는 거지 ”


 그러면서 내가 또 폭발하려고 하자, 옆에서 엄마가 안 되겠던지 날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엄마에게 끌려 나가면서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 하!!! 참네. 지는 세 명 배때기에서 자식 3명이나 낳은 난봉꾼이면서 씨ㅂ. ”


 그랬다. 그 혁이 삼촌에게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는데 첫째 아들은 첫 번째 부인에게서, 딸은 두 번째 마누라에게서, 마지막 막내아들은 세 번째 마누라에게서 낳은 씨는 같지만 서로 엄마가 다른 자식들을 낳았고, 들리는 최신 정보에 의하면 그 이후로도 마누라만 3명이나 더 바뀌었고 마누라가 아닌 스쳐 지나간 예비 숙모들만 해도 10명 가까이 될 것이다. 


 내가 그런 소리를 하자 혁이 삼촌은 분통을 터뜨리고 날 죽일 듯이 소리를 질러 댔다. 그렇게 나와 엄마는 혁이 삼촌네와 척지게 되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몇 날 며칠을 도저히 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혁이 삼촌에게 빅엿을 선사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혁이 삼촌의 막내아들의 생모인 세 번째 부인이 그때 당시 H해상 보험회사 지점장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친한 지인 간의 보험 계약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보험 딜러가 대신 사인을 하기도 하는 관례가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그 숙모에게 그렇게 보험을 여러 개를 든 것이다.


 문득 생각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그 길로 바로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했다. 고객의 사인 없이 보험 가입을 해놓고 불법으로 돈을 빼가더라고 말이다. 그렇게 신고를 하고 나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숙모가 운영하는 지점은 엄청난 징계와 벌금을 물게 되었고 문까지 닫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뿐인가? 그 사건이 그 회사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되어서, 그다음부터의 계약은 반드시 고객의 손으로 사인을 하도록 바뀌었고, 본사로부터 고객에게 가입 및 본인 싸인의 확인 전화가 오도록 시스템이 바뀐 것이다.


 셋째 삼촌네와 나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 오히려 셋째 삼촌의 아들과 더욱 친했다. 엄마는 자신의 신당을 망치로 묵사발로 만든 그런 사람을 자기 형제라고 용서를 해주고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제3자인 내가 봤을 때는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엄마의 형제들은 하나같이 전부 엄마가 돈을 잘 버는 무당이니까 엄마의 옆에서 뭐라도 빼먹을 것이 있나 하고 들러붙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는 오히려 너무 잘해주었고, 잘해주는 것도 도가 넘었다. 내가 대안학교에 다닐 무렵 초부터 엄마는 이상하게 그 형의 내외를 마치 내 친형처럼 대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나 조차도 느낀 그들의 인간성을 엄마가 모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건 아마도 그래도 엄마의 형제이니까, 그리고 형을 친아들처럼 잘 대해준 이유는 이 씨 집안의 제사를 셋째 삼촌에 이어서 그 형이 (제사를) 잘 지내라는 뜻이 있었고, 또 나도 형도 외아들이니 우리 둘이 서로 친형제처럼 지내라는 뜻도 있었다.


 형네 내외는 결혼한 지도 꽤나 됐는데, 둘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자기 아들도 아닌데 엄마가 나서기 시작했다. 정작 시어머니인 숙모조차도 가만히 있는데 말이다. 


 지난날 엄마가 방송을 하면서 A라는 유명 한의사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분께 그 내외를 데리고 가서 한약을 100만 원어치나 사주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얼마 안 가서 그 형 내외에게 2세 임신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엄마의 그 이상한 베풂은 끝이 없었다. 당시 형이 허름한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안타깝게 보고는, 형에게 덜커덕 최신 SUV 차량을 사준 것이다. 


" 내가 이렇게 해주는 이유는 알지? 재성이하고 친 형제처럼 지내. 네가 형이니까 재성이 잘 보살펴 주라는 뜻이야. 알지? ”

" 알죠. 걱정하지 마세요. 고마워요. 고모. ”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형이 나중에 이 씨 집안의 제사를 책임져야 하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잘해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 쌤... 저 상담 좀 해주시겠어요? ”


 내게 상담을 청해온 사람은 우리 반 어떤 여학생이었다. 아마도 내게 오기까지 꽤나 많이 고민을 한 것 같았다.


" 그래. 좋아. 조용한 곳으로 가자. ”


 그 학생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자 그 여학생은 내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쌤, 저 요즘 가위가 너무 자주 눌려요. ”

" 음... 그래? ”

" 네. 잠을 못 잘 정도로요...”


 그러면서 내게 눈물까지 흘리면서 자신의 상태를 내게 털어놓았다. 나는 순간 크리스천인 이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아마 크리스천이 아니었다면 엄마에게 들은 무속적인 비방이라도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도 어린, 크리스천인 이 아이에게 그런 소리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 음... 쌤 생각에는... 그 해결법을 네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

" 네? ” 


 나는 사실 성경을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고, 생각난 것이라고는 성경의 한 구절뿐이었다. 


" 성경에서 예수님이 가르쳐준 그 무적의 기도 말야. 가위 따위는 사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냐. 그런데 네 옆에는 항상 주님이 계시잖아. 왜 이렇게 힘든 때에 주님을 찾지 않아? 담에 또 가위에 눌리면 예수님이 가르쳐준 그 기도를 해. ”


 사실 내가 해 준 말이 이 여학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주기도문이 정말 효험이 있을지 없을지는….


 그런데 내가 다니는 대안학교는 점점 날이 가면 갈수록 이상해져 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인가 내 마음속에서 점점 날이 가면 갈수록 학교로부터 정이 뚝뚝 떨어져만 갔다. 


 때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였다. 교장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페어런츠 데이 때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단상에서 설교를 하면서 흥분한 상태로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이번 선거 며칠이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발전되려면 온전히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이 나라가!!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지금 국회에는 사탄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우리나라를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를 크리스천이 이끌어 가야 합니다!! ”


 이러면서 그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에게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독당을 찍을 것을 강요했다. 기독당을 찍어야 기독교인들이 국회에 입성하고, 나중엔 국회 구성원 전부를 기독교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열을 올려 피를 토해냈다.


 난 사실 그 예배에 참여하지 않으려 찍사를 하면서 사진이나 찍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정말 어이가 없어서 벙쪄 있었다. 나는 앞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교장 선생님의 그 말을 듣고 사진을 찍다 말고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과연 저 교장 선생님이 정말로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정말인가? 저게 진심인가? 하고 내 속으로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그런데 그 교장 선생님의 하는 저 말은 정말이었다.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아서 알 수 있게 되었다. 


" 이번에 A 국회의원님이 지원해 주셔서 국회에서 예배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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