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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 코리안 Aug 21. 2022

왠수가 러시아에서 부부가 된 신기한 이야기

백인 흑인 가정

미국 한 집에서 약 열흘간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다. 흑인-백인 가정이다. 아빠는 완전 아프리카 계 흑인이고 엄마는 유럽계 백인이다. 혼혈 아이 세명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전형적인 잘생기고 아름다운 흑인들이다.

  

홈스테이를 하며 가족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다음은 그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

미국사람들도 자기 연애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How did you meet?" 라고 물어보면 얼굴에 웃음을 띄며 이야기 해줄 것이다.


크리스는 이민 후 몇 세대인지는 모르겠다.  그 아내 한나는 벨리즈 출신이다. 벨리즈는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나라로 히스패닉 계열의 사람들이 사는 나라. 그런데 한나는 전혀 히스패닉 같이 생기지 않았고 유럽 백인처럼 생겼다. 우리가 흔히 네덜란드라고 알고 있는 그 지방에 사는 더치 민족 출신이라고 하는데, 조상 세대 때 메노나이트라는 종교에 속한 조상들이 벨리즈로 와서 정착을 한 것이다. 메노나이트는 아미쉬라고도 알려져있고 아나뱁티스트 라고도 알려져 있는 것 같다.


16세기 당시에는 개혁파에 속해 썩은 구교에서 나온 단체였는데 지금 수세기가 지나서는 단지 자신들이 구교처럼 옛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한나의 부모님은 새로운 교회를 만나 메노나이트 교파를 떠나게 되었고 아이들도 종교에서 억압받지 않는 환경에서 믿음을 잘 지키며 크게 되었다. 장녀였던 한나는 대학교 때 부모님의 권유로 미국에 와서 한 성경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다.  


성경학교 졸업 후 졸업생들은 각자 팀을 이뤄 해외에서 선교봉사를 하게 된다. 한나는 러시아로 파송을 받아 선교하게 되었다. 그 때 동일한 성경학교에서 알게 되었던 크리스를 재회하게 것이다. 크리스는 러시아 다른 도시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둘이 각각 속해있던 선교팀이 일주일간 한 도시에서 같이 사역을 하게 되었던 것.


- 그때 서로 호감 갖고 있었어요?

- 아니요. 성경학교에서는 서로 완전 비호감이었어요. 만났을 때 '와 저렇게 annoying 한 사람도 있네' 했던 사람이었어요.

- 아 그래요? 의외네요?


이 부부의 집안 곳곳에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의 결혼식 사진이 걸려있는데... 대학생 시절에는 서로 싫어하는 사이였다니! 


러시아에서 재회했던 당시에는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고.


러시아에서 재회했던 그 일주일이 거의 끝나가던 어느날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있던 시간. 그 때 왠지 느낌에 저 사람이 내 배우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


그 순간 한나와 하나님과 대화


- 저 사람이라면 저 결혼 안하는게 낫겠어요.


그 때 하나님이 물어보시는 것 같았다.

-  너가 평상시 내게 기도했던, 너의 원하는 배우자의 모습이 무엇이니?

- ...


생각해 보니, 크리스가 바로 내가 원하던 배우자의 모습을 갖췄구나. 본질. 다른 무엇을 구하지 않고 믿음의 순수한 내면을 보게 되었다고.


- ... 그렇다면 내 감정을, 연애 감정을, 주님이 책임져 주세요.


그 때 당시 크리스에게도 느낌이 강하게 왔다.

- 저 사람이 내 와이프가 될 것이구나.


그 둘은 일주일 동안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떠났다.


약 한달 동안 한나는 혼자 기도하며 크리스에 대한 좋은 감정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것을 경험했단다. 다시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 하나님께 구했던 그대로였다.


그러던 중 크리스에게 이메일을 보낼 일이 생겼다.


- 안녕하세요, 한나에요. 전에 우리 선교 사역할 때 한 모임에서 어떤 성경말씀을 인용했었는데, 그게 어디 말씀인지 몰라서 주변에 혹시 아는 사람 없냐고 물어봤었죠? 제가 찾았어요. 그럼 안녕히 지내세요.


이렇게 이메일 보내기 전에 한 자매한테

- 미혼 자매가 미혼 형제한테 이렇게 이메일 보내도 괜찮은건 가요?


라고 물어보고 조언을 구할 정도로 정숙함을 유지하길 원했다는데, 크리스는 막상 이 이멜을 받자,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야하는데, 여자가 남자한테 먼저 다가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산란했다고.


근데 그 때 마침 교회에서 결혼 세미나 같은 걸 듣고 있었는데,  그 강사가 그러더란다.

 

결혼할 사람들이 만날 때는 여러 경우와 방법이 있는데, 서로 친구 상태로 만나도 되고, 소개받고 만나는 경우도 있고, 여자가 먼저 대쉬해도 되고, 남자가 대쉬해도 되는 거고, 너무 관습적이고 관념적인 것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그랬다고. 자기는 너무 남자가 여자에게 구혼해야 한다는 관습에 사로잡혀 있구나, 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한나에게 온 이메일에 답장을 하면서 그들은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어면서 이 부부가 정말 보수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여자도 보수적이지만 남자도 참 보수적이다. 미국 영화 보면 미국인들은 다 개방적일 것 같고 금방 마음 표현하고 대쉬하고 그럴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전통적이고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더 그렇다. 너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것이 흠이 될 정도로 보수적이다.   


둘은 그렇게 결혼하였다. 이 미국인 -벨리즈인 부부는 러시아에서 신혼을 차리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총 12년을 살고 브라질에서 8년을 살다가 지금은 미국에 와서 정착해 사는 이 부부는 국적과 인종이 다르다보니, 어느 나라를 가도 적어도 한명에게는 모국이 아닌, 이민국에서의 생활이였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남편이 흑인이라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크리스는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한나에게는 이민국의 나라이다. 


이렇게 백인 아내와 흑인 남편인 부부는 흔치 않다. 그래서 이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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