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 5화 장지원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이랜드 FC의 오랜 팬이자 축구 직관·여행 블로그 니스의 꼴킼을 운영하고 있는 '쓰는 사람', '축구 작가' 장지원이라고 합니다. 축구 직관을 즐겨하고 축구장이 있는 곳에 여행을 떠나기를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작정하고 축구장에 많이 간 해는 총 56경기를 직관한 2021년이었고요. 2023년에는 올 초 일본 도쿄로 J리그를 직관하러 간 것을 포함해 39경기에 그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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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보면서 저는 90분간 잔디밭 안에서 열리는 축구 자체도 좋아하지만 그 밖의 축구장 전체의 문화적인 측면을 더욱 흥미로워한다는 부분을 예전에 깨달았어요. 그래서 직관 후기를 써도 경기 날 축구장 안팎으로 어떤 즐길거리나 이야깃거리들이 있는지에 특히 주목하며 담아보거든요. 솔직히 경기 분석이나 선수 리뷰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저보다 훨씬 잘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2014년쯤 니스의 꼴킼과 관련된 콘셉트를 잡고서 거의 10년째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니스의 꼴킼을 열고 축구로 글을 써서 올리겠다고 생각한 시작부터가 '나만 재미있기 아까우니까 다 같이 재미있게끔 재미있는 축구 이야기를 쓰자'는 데서 비롯된 거였어요. 그러려면 그만큼 더 직관하고 더 경험해서 더 재미를 느끼며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었죠. 자연스럽게 제가 갈 수 있는 축구장은 다 가보자는 결심으로 이어졌고 그 출발이 K리그 1 축구장 다 직관하기, 그 연장선이 K리그 2 축구장도 전부 직관하기였어요. 저부터 진짜로 그 넓은 세계가 궁금했으니까요.
K리그 1과 K리그 2만 보는 게 아니라 K3리그와 K4리그에다 K5리그도 조금씩, U리그와 대학축구대회도 조금씩, K리그주니어와 유소년축구대회도 조금씩, WK리그와 여자축구대회도 조금씩 직관한 바 있어요. '세상 모든 축구는 다 재미있다'는 것이 제 지론이기도 하고 프로 무대와 달리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도 신선한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나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쭉 하나둘씩 도장 깨기를 하고 싶어요.
물론 유럽과 남미로도 직관을 가고 싶어요. 일본으로 J리그 직관은 몇 번 가봤지만 그 이상으로 바깥에 나가본 적은 아직 없거든요. 그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팀인 리버풀 FC의 안필드 그리고 CA보카주니어스의 라봄보네라 직관의 꿈은 반드시 이루려 합니다.
니스의 꼴킼에 매주 축구 경기 직관 후기, 축구장 방문기, 축구장이 있는 도시 여행기를 녹여내서 쓰고 그 과정에서 축구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조금씩 좋은 기회를 받아 든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모 광고의 카피처럼 '놓치지 않을 거예요'가 제 머릿속에 활짝 피었죠.
그냥 글 한 편을 쓰는 일과 큰 볼륨의 책 한 권을 써서 내는 일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글마다 제각기 개별적인 특징도 드러내는 동시에 책 전체의 분량으로도 내용으로도 주제로도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 필수였거든요. 하나의 책이라는 통일감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책 한 권을 쓸 때는 다음 원고를 당장 쓰면서도 산으로 가지 않게끔 앞서 쓴 원고를 계속 생각해야 하는 집중력을 요하는 듯해요.
먼저 2017년 3월에 전자책 『K리그 직관 가이드 : 전국 축구장에 놀러 가기』를 써냈어요. 이 책은 니스의 꼴킼을 쓰며 제가 쌓아온 축구장 곳곳의 직관 팁을 독자에게 전달해 드리기 위해 2015 시즌 후반기에 한 번, 2016 시즌 전반기에 한 번, 이렇게 K리그 1의 모든 축구장을 총 두 바퀴 돌아서 쓴 책이고요.
그리고 2021년 5월에는 첫 종이책 『세상은 축구공 위에 있어』를 펴냈어요. 이 책은 10대 중고등학생을 타겟 독자로 하는 축구 인문학 도서로써 기획됐고요. 평소 축구를 즐기면서 제게 관심 있던 축구와 역사, 축구와 문화, 축구와 경제 등을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전달하고자 주력했어요. 그러면서 축구 직관의 멋짐을 알리는 일도 잊지 않고 한 꼭지를 할애했죠.
감사하게도 다음 어린이 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 건은 축구만 다루는 것이 아닌 스포츠 전체의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를 골고루 들여다보는 글들로 담아내려 하고 있고요.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발간하는 것이 목표예요.
주말에 다른 사람을 만날 약속도 없고 저 스스로도 다른 놀 계획이 없으면 하루 종일 축구만 보기도 해요. 낮에는 제가 떠나고 싶은 축구장으로 직관을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서는 같은 낮에 펼쳐진 타 구장 하이라이트를 몰아서 보고 밤에는 밤대로 그날의 해외축구 경기를 집관하는 식이죠. 그러다 내친김에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나서 새벽 경기까지 보다 스르르 졸 때도 있고요.
이러다 보니 코로나19로 직관도 못 가고 경기도 못 열리던 기간에는 너무너무 방구석에서 좀이 쑤셔 힘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축구 유니폼 해외직구에 눈을 뜨게 한 제 친구를 따라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유니폼 수집 그리고 패치 및 네임 셋 셀프마킹에도 열을 올렸죠. 지금은 최대한 자제하고 제가 좋아하는 팀(서울이랜드, 리버풀, 보카)의 옷만 사야지 다짐하고 있습니다.
계속 나만의 축구 글을 쓰고 축구 책을 내는 축구 작가로서 먹고사는 삶을 꿈꿔요. 현재 생계는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로 각기 다른 산업 분야를 취재하러 가서 인터뷰하고 기사를 씀으로써 지속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먹고사는 방면에다가 축구의 비중을 점차 단계적으로 높여가려고 하죠. 이를 통해 축구를 주제로 글뿐만이
아니라 말로 써도 축구를 좋아하는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 또한 자주 만들어보고 싶고요.
2019년 2월경에 열린 한 축구 파티에서 소준일 캐스터님과 한준희 해설위원님을 만나 운 좋게 같은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때 저를 소개했더니 한준희 해설위원님이 들으시고는 “그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축구장 전문가가 맞다”라고 추켜세워주셨고 얼마 뒤 축구전문지 《베스트일레븐》에 한 지면을 기꺼이 제게 내어주시면서 K리그 축구장을 주제로 글 한 편을 기고해 달라는 연락도 주셨거든요. 그때 얼마나 큰 용기와 희망을 얻었는지 몰라요.
적어도 전문가라는 수식어는 꼭 뚜렷한 학위나 이력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닌 듯해요. 직접 진정으로 몰입해서 경험하고 공부하고 그것들을 자신 있게 정확하게 자기 콘텐츠로 다듬어서 제공할 능력만 있다면 그게 곧 재야의 전문가일지언정 엄연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전문가라 생각해요. 저 역시 아직은 부족하지만 더 나아갈 길만 있다고 보고요.
축구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기존에 있던 똑같은 글과 책을 써낼 수는 없잖아요. 이미 있는 얘기는 재미가 없으니까요. 결국에는 내게 차별화된, 네게 타게팅된 기존과는 다른 소재와 주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보여요. 저는 니스의 꼴킼을 처음 만들 당시에도 그랬듯 그렇게 축구의 문화에 집중하며 저만의 시선과 문체로 현장감을 녹여낸 글을 쓰려하고 있고요. 책의 경우 저도 모르던 사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타깃 독자가 가고 있다 보니 너무 자극적인 표현은 지양하면서 더 쉽게 더 친절하게 잘 읽히도록 쓰고자 노력하고 있네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축구 책을 내고 싶다면 축구 책을 그만큼 읽어야 한다고도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꼰대 같은 말일 수도 있습니다만) 요즘 사회는 이상하게도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없거든요. 수요 없는 공급만 가득하고 그냥 내 책을 내서 경력 한 줄을 추가하려는 움직임만 많은 듯 보이기도 해요. 그보다는 먼저 축구 책을 많이 찾아 읽으면서 같이 책 속 축구를 이야기하는 문화도 형성이 돼야 훗날 축구 책을 펴내는 시장도 발돋움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자연히 축구를 좋아하는 개개인이 축구로 책을 쓰는 기회도 더 늘어나겠죠. 그런 날이 왔을 때 수요 있는 공급이 형성될 테니까요. 당연히 축구 책을 많이 읽는 행위가 차츰 축구 책을 스스로 쓰는 데에도 품질 좋은 자양분이 될 거고요. 말이 다소 길어졌는데 아무튼 저도 그래서 지금도 재미있어 보이는 축구 책이 나왔다 하면 가급적 사서 읽으려고 한답니다.
먼저는 2015년 K리그 2 승격 준플레이오프 수원 FC 대 서울이랜드 FC 전이 기억에 남아요. 11월 말 저녁 경기로 열려서 진짜 추웠고요. 설상가상으로 눈과 비가 섞여 진눈깨비까지 떨어져서 우비도 입은 채 덜덜 떨며 원정석에 서서 직관했어요. 경기 결과는 3-3으로 비겼고 무승부 시 정규리그 상위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는 규정 때문에 저희는 거기서 아쉽게 탈락했거든요. 그 순간 두 눈에서 눈물이 절로 맺혔어요. 창단 첫 시즌에 준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서 최선을 다한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줬으니 내년과 내후년에는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죠. 그 후 10년이 다 될 때까지 승격도 못하고 심지어 또 2부 리그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요.
다음은 2016년 가을과 2023년 봄에 일본 J리그 축구장으로 직관을 떠난 경험이에요. 2016년에는 오사카로, 2023년에는 도쿄로 각각 다녀왔는데요. J리그 축구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홈이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교통이 안 좋아도 그에 연연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직관을 오는 분들 같더라고요. 수만 명이 아무렇지 않게 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고 골목과 골목을 또 걸어가며 그런 끝에 일찌감치 축구장에 도착해 MD도 사고 식음료도 사며 자신들만의 축제를 즐겨요. 축구전용구장인지 종합운동장인지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어디든 그 큰 관중석이 꽉 들어차거든요. 그걸 보니 무조건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둥 축구전용구장이 생겨야 한다는 둥 그렇지 않으면 K리그는 흥행할 수 없다는 둥 하는 얘기들은 이제 핑계처럼 들리기까지 해요.
확실히 깊이 빠져 있는 종목은 축구뿐이라 축구장 위주로 다니기는 하는데요. 아주 가끔씩은 KBO리그의 야구장, KBL의 농구장, V리그의 배구장도 직관하러 가봐요. 축구장에서는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한 신선함도 맞닥뜨릴 수 있고 거기에서 색다른 방면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할 수 있더라고요. 한 예가 앞서 열거한 미국식 프로스포츠 경기장은 원정팀과 원정팬을 향해 “환영합니다!”라는 말을 쓴다는 거였어요. 축구처럼 상대팀이니까 대충 언급하며 넘어가고 그저 기를 죽이기에만 혈안인 게 아니라 상대방도 우리 홈구장을 찾은 또 다른 고객이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았어요. 신기했죠. 축구팬들도 좀, 서로 덜 싸워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분도 들었고요.
그밖에 테니스장에 가서는 선수들의 경기 집중을 위해 극히 짧은 쉬는 시간 외에는 이동하는 것조차 금지되는 경험도 해봤고요. 프로레슬링을 좋아해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프로레슬링 이벤트를 직관하며 실제 체어샷을 얻어맞는 모습도 여럿 봤습니다.
소위 척박하다는 우리나라 축구판에서 프리하게 나만의 영역을 개척한 인물, 축구로 꾸준히 글을 쓰면서 먹고사는 축구 작가 그 자체로 기억되고 싶어요. 유명한 축구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축구계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나 자신이 잘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지양하고 있고요. 그 대신 나만의 영역이 공고한 유니크한 인물로서 우선 자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그러다 보면 거기에서 비롯된 좋은 일들은 자연스레 따라오겠죠. 그런 의미에서 프로레슬러 랜디 새비지와 드류 맥킨타이어가 말한 “크림은 언젠가 위로 떠오르기 마련이다(The Cream Will Rise to the Top)”라는 문장을 좋아해요.
저도 코리안야야뚜레 계정의 애독자로서 커피챗으로 시작해 이 지면까지 와서 여러분에게도 인사를 드리네요. 저뿐만 아니라 축구와 관련해 열정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이 이 세상에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분과 함께 축구를 즐기면서 함께 연결되면 좋겠어요. 이왕 재미있는 거 다 함께 재미있으면 더 좋잖아요. 내친김에 언제 날 잡고 다 같이 직관 파티를 열어봐도 좋겠네요. (라고 말하는 제 MBTI는 I랍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2024년도 즐겁고 신나게 축구장에서 만나 인사 나눠요! 고맙습니다.
✍️ 1화: "중학생 때부터 축구 기사를 쓰셨다고요?" - 류호진 님.
✍️ 2화: 아마추어 축구에 진심인 사람 - 박진형 님.
✍️ 3화: "유망하고 어린 선수들을 돕고 싶어요." - 양동인 님.
✍️ 4화. "대한민국의 여자 축구를 더 알리고 싶어요!" - 이윤성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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