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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오지의 둘레길, 비수구미 가는 길

  아직도 오지에 속하는 둘레길이 있다. 

  화천군 평화의 댐 근처에 있는 비수구미마을 가는 길이다. 화천댐이 완공되면서 마을 가는 길이 막혀 외떨어진 마을이 된 곳이 비수구미마을이다. 그곳에 가는 길은 생태보호로가 있는 해산터널앞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비수구미 마을에 들어서면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던가 마을에서 배를 타고 나가야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걸어서 충분히 오갈 수 있는 오지속 숲길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찾아가기에는 먼 곳에 있는 길이다. 


 비수구미(秘水九美)를 한자로 풀면 ‘신비로운 물이 빚은 아홉 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이다. 그만큼 물과 관련이 깊은 마을이다. 지금도 파로호로 인해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곳에 가려면 해산터널앞 너른 휴계소 부지에 내려 오른쪽을 바라보면 비수구미마을 가는 철조망 문이 있다. 여기는 산림유전자 보호구역으로 자가용으로는 갈 수 없고 오로지 걸어서 가야 한다.


  비가 많이 내렸던 후라 계곡에는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맑은 물이 계곡의 바위를 두드리며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계곡을 메우고 나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저 이 걸음을 멈추고 계곡에 들어가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혼자였다면 가능했겠지만 오늘은 아닌가 보다. 철조망문이 있던 곳에서 비수구미 마을까지는 6km의 내리막길이다. 자갈 가득한 길을 밟으며 쉬엄쉬엄 내려가는 길이다. 임도가 넓기는 하지만 수풀이 우거져 그늘을 만드니 그저 시원했다. 햇볕이 따갑다가 그늘안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기만 했다. 이렇게 평안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비수구미 길이다. 그저 마음이 편해지고 걱정이 사라지는 걷는것만으로 해결되는 길이다.


 비수구미 마을은 예전에는 많은 사라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4,5가구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중에 한 곳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유명해진 집이 있다. 산채나물 비빔밥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되돌아 올라갈지, 아니면 파로호로 내려와 보트를 타고 나갈지, 아니면 출렁다리를 건너 동촌리마을 길로 나가는 방법이다. 지금은 마을에서 호숫가로 나가면 출렁다리가 있어 이를 가로질러 나가면 데크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배를 타지 않아도 걸어서 나갈 수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도 되지만 6km 오르막길을 올라가기보다 파로호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숲길을 걷는 것이 훨씬 더 여유롭게 편하다. 



  이렇게 걸으면 약 10km의 비수구미 마을을 거쳐가는 오지 숲길을 마친다. 지금보다 가을에 단풍이 드는 계절이 훨씬 아름답겠지만 여름이라도 계곡의 풍성한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곳이다.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길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그냥 돌아가기보다 평화의 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말이 많고 탈이 많았던 평화의 댐이지만 홍수 조절능력이 있어 높이를 높이는 공사를 하여 125m 높이의 거대한 댐이 되었다. 크기에 앞도되지만 여기는 민통선과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비목 공원을 지나 조금만 더 강 상류로 올라가면 철조망과 군인의 초소가 있는 곳이다. 평화롭지만 평화롭지 않은 곳이다. 그리고 비목공원에 들어서면 낡은  철모가 씌워진 나무십자가 묘가 있다. 이 상징물로 인해 훗날 우리가 즐겨부르던 비목이라는 가곡의 가사가 만들어졌다. 


  쉽게 올 수 없는 지역이니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비수구미와 함께 둘러보면 좋을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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