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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Apr 10. 2024

해외취업의 함정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종종 대사관을 찾아와서 사건사고 관련 긴급 면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젊은 남자들이 많은데 토토나 온라인 카지노, 보이스피싱, 중고사기 업체 등 불법업체에 취업했다가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여권을 빼앗기고 강제로 일을 하다가 몰래 도망쳐서 대사관으로 찾아오곤 한다.


현지 교민정보 사이트에 '숙식 제공에 월 500만 원 보장'과 같은 허위 취업공고를 보고 갔는데 오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휴일도 없이 일을 하다가 항의를 하면 구타를 당하거나 쫓겨나는데 정말 맨 몸으로 쫓겨나거나 도망쳐서 대사관까지 맨발로 걸어오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겁을 잔뜩 먹어서 고용주가 이민청에 얘기해서 출국금지를 시켰다는지 횡령으로 고발하여 체포영장이 나와서 공항에 가도 체포되어 감옥에 갈 거라던지 하는 협박을 받고 왔다.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나 이민국에 줄이 있다고 해도 법원에서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다. 

요즘에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포고 POGO라는 온라인 카지노에서 한국 직원 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일단 취업이 되면 채용 당시에 했던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고 외부 출입을 막아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앙헬레스에 위치한 중국인 카지노 사무실에서 한국인 한 명이 새벽에 도망쳐서 택시를 타고 대사관에 찾아왔다. 그는 아직도 사무실 안에 예닐곱 명의 한국인이 남아있다고 하며 그중 두 명은 관리자인 조선족들과 잘 지내기에 그만둘 의사가 없고 특히 여자 한 명은 중국인 매니저의 애인이 되어 일도 안 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사실상 감금상태라고 하여 앙헬레스 지역 코리안데스크가 필리핀 경찰들과 같이 그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오히려 한국 경찰관을 에워싸고 협박하고 못 나가게 하다가 무려 5시간의 대치상태 끝에 4명을 추가로 데리고 나왔다. 현지경찰 간부의 중재가 아니었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었다.


특별한 능력이 없고 외국어 구사 등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는데 저런 좋은 조건으로 괜찮은 직장에 취업을 시켜줄 리가 만무하다. 대사관에 찾아온 그들은 하나같이 진짜로 믿었다고 하지만 개중에는 불법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온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는 몰래 고객 명단을 빼돌리다가 걸려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경찰에 그들을 고발하라고 해도 보복이 무섭다며 그냥 손사래를 치고 만다. 


대부분 여권을 재발급받아서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그중엔 이미 한국의 가족들과도 연을 끊고 현지에서 노숙자처럼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구조 후에 연락을 끊고 잠적한 사람들도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름도 모르고 변변한 회사 홈페이지나 연락처도 없는 곳을 그냥 SNS나 텔레그램으로 연락하고 취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실 이들 중 대부분은 카지노 중독자들이라 이미 한국의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락이 끊어졌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취업을 한 거라고 한다. 도박의 폐해는 실로 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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