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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Apr 03. 2024

만달루용 정신병원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만달루용 시는 메트로 마닐라의 중심지인 마카티 인근이라서 SM 메가몰 등 유명 쇼핑몰도 많고 외국인들도 많이 사는 동네이다. 필리핀의 오래된 농담 중에 만달루용에서 산다고 하면 인사이드? 아웃사이드?라고 물어보는 게 있는데 병원 안에서 사냐 밖에서 사냐는 뜻의 농담이다. 만달루용에는 국립 정신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이판에서 온 젊은 한국인이 마닐라 식당에서 마약에 취해서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면회를 갔는데 다행히 경찰서 서장이 안면이 있는 인물이라 대사관에서 인계를 해 간다면 구금이나 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를 인계받아서 대사관으로 데리고 왔는데 마약에 취해서 컨트롤이 안 되는 상태였다. 소리를 지르고 뜨거운 컵라면을 손으로 집어먹고 보는 사람마다 욕을 했다.


사이판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을 해서 어머니가 연락을 받자마자 직접 왔는데도 자기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고 쌍욕을 하고 발길질을 하려고 하는 등 그를 도저히 컨트롤할 방법이 없었다. 어머니에 따르면 이민을 간 맞벌이 부모라서 아이를 잘 챙기지 못했고 학창 시절부터 방황하다가 마약을 사용한 지도 꽤 오래됐다고 한다. 비행기를 태워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항공사에서 저런 상태인 승객을 태워줄 리가 만무했다.


예전에는 어떻게 해결했냐고 하니 정신병원에 단기입원을 시켜서 상태가 나아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여 만달루용 정신병원을 찾았다. 입원수속은 쉽지 않았지만 몇 가지 테스트와 의사면담을 거쳐서 입원을 시켰다. 국립병원이라 비용은 예상한 것보다는 저렴했다. 어머니는 사이판으로 돌아가고 아버지가 2주 후에 와서 인계해 가겠다고 했고 1주일 뒤 상태를 확인하려고 면회를 갔는데 그렇게 욕을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던 그가 나를 보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제발 퇴원시켜 달라고 사정을 했다. 


마약 기운이 떨어져서 금단증상이 있기도 하겠지만 센 약을 억지로 먹어야 해서 하루에 절반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그냥 하얀 벽을 보고 마냥 앉아있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퇴원이 안되면 차라리 감옥으로 보내달란다. 필리핀의 감옥이 어떤지 모르니 하는 말이다. 담당 의사는 아직은 퇴원이 안된다고 하여 그는 2주를 채우고 아버지가 와서 데려갔다. 짠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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