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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May 01. 2024

가장 아름다운 시신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대사관에서 사건사고 담당직원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시신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시신을 봐도 무덤덤해지는 게 사실이다.


피살된 시신, 자살자, 사고사는 물론 사망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발견된 부패한 시신과 때로는 백골상태가 된 시신을 보기도 한다. 


교통사고나 추락사 같은 경우 시신이 끔찍한 모습이긴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시신은 따로 있다. 


마닐라에 사는 언니네를 방문하려고 한국의 여동생이 남편, 아이와 함께 공항에서 바로 언니네 집에 가서 짐을 풀어놓고 근처의 쇼핑몰로 향했고 아이들은 형부와 같이 아파트(콘도) 내의 수영장에서 놀기로 했는데 동생의 아이가 형부가 눈을 뗀 불과 몇 초 만에 어린이용 풀장에서 나와서 바로 옆의 성인용 풀에 들어가자마자 나오질 못한 걸 경비원이 발견하여 업고 인근의 병원으로 신속히 이동하였으나 한 시간 만에 사망했다. 


아이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첫 해외여행을 왔다가 단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다.

망연자실한 가족들의 모습을 10년이 흘러도 잊지 못한다. 게다가 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수영장 사용 시 사고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서류에 보호자가 서명했기에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보통은 시신은 화장을 한다. 시신을 보존하여 운구하는 방식은 검역절차, 시간,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인데 이 가족은 굳이 운구처리를 했다.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그냥 유골만 보여드릴 수는 없단다.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포르말린 같은 화학약품을 투입하고 부검도 없이 옷도 깨끗하게 단장하여 입힌다. 


이른 아침에 장례식장에서 운구용 관을 닫기 전에 마지막 확인을 위해 이 아이의 시신을 보고 그 어떤 시신을 보았을 때 보다 놀랐다.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할 정도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인형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인데 마치 부르면 바로 눈을 비비면서 일어날 것만 같았다. 정말 눈이 부실 정도였는데 글로는 어떻게 표현이 안 된다. 난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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