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상습 도박과 마약으로 체포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내가 내 돈으로 하는 걸 왜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수많은 도박사범과 마약 중독자들을 만났지만 그들 주장대로 본인 돈으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중독단계에 이른 사람은 그동안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하며 부모, 친지, 친구 등의 인간관계도
이미 파탄이 난지 오래고 주변에 남아있는 인물들은 같은 처지의 중독자들 뿐이다.
계속하고 싶은데 더 이상 돈 나올 구석은 없고 남은 방법은 두 가지뿐인데
첫 번째는 본인이 직접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거짓말로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두 방법 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직접 범죄를 저지르려니 이미 중독자라고 소문이 나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 믿어줄 리도 없고
같이 범죄를 저지를 공범조차도 구하기가 어렵다. 서로 간에도 신뢰가 없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거짓말도 이젠 잘 통하지 않는다.
이미 이들에게 수없이 거짓말로 진절머리가 나도록 당한 사람들이라 쉽게 당하지 않는다.
납치나 감금이 되었다고 해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말 별의별 짓을 다한다.
앙헬레스의 한 파출소에 들어가서 졸리비에서 사 온 치킨을 경찰들에게 나눠주고
유치장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은 다음에 체포되었다고 하는 경우도 보았고
카지노에서 사채업자에게 감금되었다며 돈을 안보내면 손가락을 잘리고 장기를 적출당할 거라는
협박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돈을 보내주는 경우는 드물고
경찰과 외교부, 대사관에 신고를 하기에 결국엔 거짓말이 들통나게 된다.
사채업자에게 감금을 당하게 되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손발을 묶어놓는 게 아니라
대부분 호텔 방 안에서 나가지만 못할 뿐 여기저기 돈 구하러 연락을 돌리는 거라고 보면 된다.
사채업자도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지 위해를 가해봐야 본인에게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고를 치고 체포가 되거나 노숙자가 되는 결말을 맞이한다.
돈이 많아도 그에 걸맞게 판돈이 더 큰 노름을 하기에 결론은 다르지 않다.
가장 확실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