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금여기주의자'의 자유 탐구록
2015년 여름, 서울에 박코리가 산다.
온몸과 마음을 다 해 '지금, 여기'인 서울에서의 삶을 부정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작은 지옥, 서울에서 뒤쳐지고 싶지 않아 아득바득 살았다. 세 번의 직장을 거치고 나서야 졸업장도, 사원증도 뗀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집이 어디고 스물여덟 살 먹었고 어느 학교를 나와 어디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을 빼면 대체 난 누굴까? 깊숙이 묵혀 두었던 물음을 끄집어내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로 옆에서 비슷한 물음들을 꿀꺽 삼킨 채 지내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른을 코 앞에 둔 이십 대 후반의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을 해치우며 매일을 살고 있었다. 내일의 무언가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루며.
사각의 상자들; 네모난 A4 이력서, 책상, 사무실에 스스로를 구겨 넣는 것을 그만두고 나니 삶이 한결 가뿐해졌다. 자고 싶을 때 낮잠을 자도 시간을 허비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급하게 일 처리를 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도 없다. 여전히 스스로를 백수라고 말하는 것이 껄끄럽긴 하지만, 2015년 여름의 서울에서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지금, 여기'에서 자유롭게 살기
3개월 후면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LA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스물여덟 해 중 그 어느 때보다도 서울에서의 순간들을 만끽하게 되었는데 서울을 떠난다. 물론 내 선택이지만, 완전히 낯선 곳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일상이 어떨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어쩌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처럼 아무 곳에도 속하지 못 하고 부유할지도 모르겠다.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손바닥이 노랗게 될 때까지 함께 귤 까먹을 친구가 영영 생기지 않으면 어쩌지.
그게 어디든, 내가 얼마나 외롭든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자유롭고 기쁘게 살고 싶다. 나다운 일을 하겠다며 조급하게 사업을 벌이는 대신 내가 가장 편안한 속도로 나를 찾아가고 싶다. 사실 일을 벌였다가 망한 게 이미 여러 번이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내가 가장 자유로운 순간들을 탐구해나가야지. 내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나는 어떤 일에 기뻐하고 또 화를 내는지, 내가 언제 살아있다고 느끼는지 등등 나는 아직 나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십여 년 넘게 해야 하는 공부, 주어진 일만 했으면서 어떻게 두어 달만에 평생 할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책을 읽고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면서, 그렇게 매 순간을 온전히 누리며 나의 '지금, 여기'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때마침 생긴 이 곳, Brunch에 자유로운 순간순간들을 기록해나가야겠다. 세상의 인정을 바라며 목 매는 대신 내가 나 스스로의 여정을 기념해야지. 나와 같이 자기 자리에서 자유롭게, 기쁘게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우리, '지금, 여기'에서 자유롭게 살아요!
따로 또 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