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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현상에만 반응하는 뇌세포도 있겠지?

- 문법과 인지과학

by 콜랑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때가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나의 신경 체험을 그대로 복사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어쩌면 텔레파시?)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현대의 뇌과학은 신경 세포 단위로 어떤 조사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모양이다. BTS에만 반응하는 신경 세포가 있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해당 기사는 여기 클릭).


사실 이런 세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는 꽤 되었다. 2005년이었나? 정확한 문헌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미국의 한 유명 연예인의 사진에만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정 연예인의 얼굴이 이 신경 세포가 점화하는 데 필요한 자극의 역치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인간의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 세포가 작동하는 방식, 두뇌의 하부 영역들이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 (뇌의 국재화) 등에서 관찰되는 보편성은 뇌 과학 연구나 뇌 수술이 가능할 수 있음을 담보해 주는 자연 현상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보면 누구에게나 특정인에 반응하는 특정 신경 세포가 있다는 추리가 가능해진다.


시각 인지와 관련된 이런 연구 성과들은 자연스럽게 청각을 비롯한 다른 인지 과정에서도 유사한 인지 매커니즘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구조나 기능에만 관심을 묶어두지 않는 언어학자나 인지 과학자라면 자연스럽게 특정 단어나 특정 의미에만 반응하는 세포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 상상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특정 문법 현상에만 반응하는 신경 세포가 있지는 않을까?


만약에 특정 어휘, 의미, 문법 등에만 반응하는 신경 세포들이 존재한다면, 그런 신경세포들의 구조를 기술하는 일은 언어학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될지 모른다. Chomsky의 언어 이론에서 말하는 I-언어를 직접 관찰하는 일일지 모른다. 흔히 I-언어와 보편 문법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편문법은 I-언어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개념으로 구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특정 언어 현상과 관련된 특정 신경 세포들도 있을까 하는 강한 호기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문법 연구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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