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 연구에 관한 의문 1
문법 기술(description)은 언어 연구의 목표라고들 한다. 한 사회에서 특정 시대에 공유하는 언어의 모습을 관찰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언어 연구의 목표인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법 지식 대부분이 이 목표를 추구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언어 연구의 또 다른 목표는 인간의 언어 능력을 규명하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 능력이라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촘스키의 언어학은 인지 과학을 지향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지만 너무 추상적이라서 실제로 인간의 머리 속에서 작동하는 문법 모델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우리의 머리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언어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인지과학인지 신경과학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인간의 두뇌 구조를 신경망으로 모형화하면 'time'이라는 단어는 아래와 같은 그림처럼 그려지는 모양이다.
시각 피질에서 활성화되는 자극들이 모여서 'Letter'(문자) 처리 층위에서 'T, I, M, E'에 해당하는 각각의 신경단위들을 자극하고, 다시 이들 자극이 모여서 'Time'이라는 단어 수준의 자극이 되는 계층적인 인지 처리 과정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한국어의 경우라고 하면 한글 자모 전체가 들어있는 'Letter' 층위에서 'ㅅ, ㅣ, ㄱ, ㅏ, ㄴ'에 해당하는 시냅스 연결이 모여서 '시간'을 표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그림을 보면 단어 수준의 정보 처리는 계층적인 구조의 시냅스 연결망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상상이 된다.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시각 정보만이 아니라 청각 정보의 경우도 유사하다. 얼굴 인식 과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두뇌의 정보 처리는 모두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단어와 단어가 모여서 문장이 되는 과정을 도식화하면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문장 구조를 분석할 때 자주 보았던 수상 구조(나무 구조)는 애초에 시냅스의 연결 구조를 모형화했던 것은 아닐 테지만 모양은 상당히 닮아 있다.
과연 언어의 구조 연구는 언어 능력 연구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