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 메인에서 내 글을 보다

진정성과 알고리즘의 콜라보

by KOSAKA

‘도지마롤에 대하여’라는 글이 브런치스토리 메인 페이지에 올랐다. 아주 잔잔한 이야기였기에, 솔직히 더더욱 놀랐다. 그저 나의 일상을 따라 흐르는 단상 하나였고,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서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글이 누군가의 시선을 머무르게 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처음 그 글을 쓸 때, 나는 그냥 기억 하나를 꺼내 들었다. 도지마롤을 앞에 두고 앉아 있던 어느 날, 말없이 스쳐 지나갔던 감정들. 한 조각의 달콤함 안에 스며든 그리움과 잊고 지낸 풍경들. 나는 그걸 어떻게든 글로 남기고 싶었다. 사실 그것은 그냥 내 얘기였다. 누군가의 공감을 사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속 작은 방을 정리하듯 써 내려간 문장들이었다.


그래서 더 뜻깊었다. 아무 계산 없이 꺼내놓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건, 어쩌면 ‘진심은 결국 누군가에게 다다른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다시 확인한 일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쓰는 글이란, 결국 나를 꺼내어 보이는 일이고, 그 안에 있는 감정을 누군가와 조용히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물론 이런 만남이 가능했던 데에는 플랫폼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진심으로 쓴 글이라도, 그것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놓이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은 채 사라질 수도 있다. 내가 애써 꺼내 쓴 문장이 독자와 연결되기까지는, 읽은 시간과 반응, 머문 길이와 같은 여러 데이터들이 쌓이고, 그 신호를 포착하는 알고리즘의 판단이 있었다. 말하자면 내 글을 조용히 들어올려준 ‘기술의 손길’에 빚진 바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나는 글을 썼고, 시스템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마음과 기술이 나란히 걸어야 하는 이 시대에, 이 연결 또한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진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나만의 글쓰기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글을 잘 쓰는 법, 제목을 세련되게 붙이는 방법,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구조… 이런 전략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만의 시선이다. 도지마롤이라는 아주 일상적인 소재 안에도,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조용한 진심이 숨어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가 내 글의 출발점이 되어 주었고, 누군가의 공감에 닿는 지점이 되어 주었다.


이제는 생각한다. 어떤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그 글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점이다.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며 나를 들여다보고, 그 과정 속에서 타인의 감정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면, 그 글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을 한 셈이다.


나는 앞으로도 사소한 것을 쓰고 싶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것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어떤 순간들. 그런 것들 속에서 나만의 감정과 시선을 꺼내어 기록하고 싶다. 어쩌면 그 조용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공명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도지마롤에 대하여’가 내게 보여준 가능성처럼 말이다.


이 경험은 단순한 노출이나 선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믿고, 글을 믿는 법을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조용한 떨림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다음에도 내가 꺼내는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란다. 조용하지만 깊게,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무엇보다 사소한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라이킷해주시고, 구독까지 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도지마롤에 대하여 : https://brunch.co.kr/@kosaka/95


keyword
이전 12화바람 계곡위 나우시카 - 공감이라는 이름의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