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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계절

by KOSAKA

수년만에 핸드폰을 교체하고 들뜬 마음에 끄적인 낙서같은, 농담같은 시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사과빛 화면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아침의 알람도, 저녁의 음악도,

익숙한 제스처 속에서 내 삶은 흘러갔다.

손가락은 언제나 오른쪽으로 밀었고,

사진은 구름 속 어딘가에 저장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주머니 속의 사과를 내려놓고

접히는 세계를 손에 올려보기로.

손바닥 위에서 펼쳐졌다가

책처럼 접히는 미래,

새로운 균열의 빛.


화면은 두 겹이 되어 나를 둘러싸고,

한쪽에는 과거의 메시지가 남아 있고

다른 쪽에는 낯선 설정창이 열려 있었다.

나는 어제의 습관을 더듬으며,

오늘의 낯섦 속에서 서툴게 손가락을 놀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재단하는 칼날임을.

한 번의 스와이프, 한 번의 터치가

어떤 날은 추억을 불러내고,

또 어떤 날은 미래의 창을 열어젖힌다.


아이폰에서 폴드7로,

이동한 것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나는 작은 화면에서 큰 화면으로,

닫힌 습관에서 열린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 길은 서툴고,

때로는 설정이 맞지 않아 멈추기도 하지만,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던가.

어제의 손가락 기억이

오늘의 낯선 화면 위에서 미끄러지고,

내일의 새로운 제스처를 배우며

나는 조금씩 달라진다.


전환은 두려움이 아니라

또 다른 계절의 시작.

사과의 빛이 저물자

접히는 화면 속에

새벽의 별빛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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