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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소금 Oct 08. 2021

외식과 배달음식에 지친 날에는 찜솥에 물을 올린다.

나의 소울푸드, 양배추쌈


엄마는 시골분이셨다. 아빠를 따라 서울에 왔지만 고향이 그리워질 때마다 엄마는 호박잎, 콩잎을 쪘다. 시래기나 고사리를 듬뿍 깔고 무 호박을 크게 썰어 넣은 생선조림을 자주 만들어드셨다. 나는 그 옆에서 삼삼하고 고소한 시래기 무침, 고사리 무침을 받아먹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주 야들야들한 어린 정구지(‘부추 경상도 방언) 구해오셔서  부침개를 부쳐주셨고 늙은 호박과 감자로 전도 자주 부쳐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미료를 쓰지 않은 엄마의 음식은 어찌나 단정하고도 고급스러운 맛이었는지. ,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 냉동식품을 맛보기 시작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급식을 시작하고.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려서 먹었던 것들 때문일까. 외식도 자주 하고 요즘은 배달 서비스가 워낙 잘 되어있어 나도 거기에 기대어 살지만 몸이 지칠 대로 지쳤다고 생각될 때, 마음이 상할 때는 결국은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간다. 그때 맛보았던 엄마 맛을 내 손에서 찾게 된다.


한동안 양배추는 그냥 대충 렌지에 돌려 아삭하게 익혀 먹었는데 오늘은 찜기를 꺼내고 물을 올려서 달콤한 맛이 날 때까지 푹 쪄냈다. 이게 엄마의 방법이다. 한 가지 음식을 만들어도 꼭 최선의 정성을 담는 방법. 푹 쪄낸 양배추에 곁들일 나만의 고추참치 양념장도 만든다. 양파, 좋아하는 감자를 아주 듬뿍 넣고 시골에서 보내주신 매실고추장과 된장도 살짝 넣어 만드는 볶음장인데 매운 고추도 썰어 넣는다.

뜨거운 밥에 이 양념장을 듬뿍 올려 쌈 싸 먹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다 (너무 맛있어 으아ㅠㅠ).

남은 양배추는 냉장해두었다가 내일 아침 들기름 간장에 또 싸 먹는다. 매콤한 이 맛과는 완전히 또 다른 맛이니까, 새롭다 -

양배추는 농약을 많이해서 키우는 채소 중 하나이다. 양배추만큼은 꼭 유기농으로 산다. 찜기에 쪄낸 양배추는 한동안 체에 받혀 물기를 빼내고 찰떡궁합인 고추참치 양념장을 만든다.
이미 두그릇 째 ... 누가 이 밥상을 소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영혼을 채우는 맛.


나를 따라서 첫째가 들기름 듬뿍 넣은 간장에 양배추쌈을 야무지게 싸 먹는다. 누나 하는 걸 보고는 둘째도 손바닥에 양배추를 올리고 밥을 퍼서 입으로 쏘옥. 셋째도 양배추를 뜯어서 토끼처럼 오물오물 씹어본다. 우리 엄마도 그때 그랬을까, 표현은 안 했지만 맛있게 잘 먹어주는 나를 보면서 그때, 외롭고 지친 날 행복을 느꼈을까?


아이들이 야채를 맛있게 먹을 때! 아, 이보다 더 기쁜 순간이 또 있을까!(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나는 먹는 게 중요한 엄마여서 아이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게 아주 큰 소원이다. 내 아이들도 나중에 어른이 되어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배달의 민족 대신 몸과 마음 일으켜줄 영혼의 음식을 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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