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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소금 Oct 09. 2021

우유 대신 엄마표 무화과 두유

때때로 자연식: 아이들을 위한 엄마표 자연식 레시피 1



8세, 4세, 19개월 아기와 함께 살다 보니 주방에서 사부작 거리는 시간을 피할 수가 없다. ‘먹고사는’ 이야기를 좀 적어보려고 한다. 이전에 나는 육식파에 잡식파였다. 불에 충분히 구워서 육즙이 좔좔 흐르는 돼지고기(제주도 흑돼지구이 얼마나 맛있게요 -)를 좋아했고 아이들이 다 잠들고 육퇴 한 밤 남편과 함께 뜯는 치킨 맛은 짜릿했다.


제주로 삶을 옮겨오고 나서 지난해 연말이었다.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핑계로 한 주 동안 계속 치킨, 족발, 설탕 잔뜩 빵을 쉼 없이 달린 적이 있다. —절제하지 못한 배달음식, 야식도 과음 못지않게 내 몸을 상하게 하니 달린다는 표현이 맞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피부는 푸석하고 눈꺼풀은 땡땡 부어 있었다. 두 뺨이 붉어지고 트러블이 올라온 피부. 이거 분명 내 얼굴인데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 신체에서 피부는 1차 방어벽으로 몸을 보호하고 체온조절을 하는 기관이지만 사실 배설도 하고 호흡도 하고 생각보다도 훨씬 더 더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피부가 그만 멈추어달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가장 겉에 보이는 껍데기인 피부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위, 간, 대장과 같은 속은 어떨까? 잠깐 머릿속에 스친 질문이었는데 그리 깊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서워..)


어떤 자극에든 몸이 예민한 편이다. 어느 순간 ‘왜 내가 잠깐의 혀의 쾌락 때문에 내 몸을 고통스럽게 하나’ 정신이 확 들었다. 무엇보다 먹는 그 순간에는 충분히 즐거웠지만 먹고 난 후에의 그 더부룩함과 알 수 없는 기분 나쁨, 짜증은... 정말 싫었다.

나는 엄마니까, 결국 이 아이들도 나의 입맛을 닮을 거니까. 내가 먹는 것을 먹게 될 거다. 보이지도 않는 내면을 단단하게 가꾸어보겠다고 책은 사들이면서, 조금 우아해져 보겠다고 꽃을 사 와 화병에 꽂으면서 왜 내 몸은 돌아보지 않았을까?


“그래 가려서 먹는 나의 30대는 원하는 대로 먹었던 지난 20대보다 더 건강하리라!”라는 야무진 생각으로 -

식탁을 바꾸자. 먹는 것을 조금씩 바꾸기로 했다. 좀 더 건강하게 먹어보기 위한 아주 작은 것들을 연습했다. 그리고 세 아이들에게도 함께 나눴다.


한국사람들은 무엇에든 열정이 많고 일 하나를 시작하면 아주 근사하고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한다. 끝을 보려는 성향들이 기본적으로 많이 탑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세상에 정말 그런 게 있을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칼같이 각 잡아서 끗발 나게 성공한다! 살아보니 그런 건 잘 없다.

무엇이든 생활에, 몸에 체득이 될 때까지 단계가 필요하고 훈련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만 지향한다는 것은 결국에는 그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게 되고 끝내 도달하게 되는 일이다.

혹시 또 실패할까 봐 자연식, 채식을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나처럼 때때로 비건이 되어 몸이 무거운 날, 지친 날, 피로가 쌓였다고 느껴지는 날 하루 한 끼 또는 그날 하루만큼은 자연식을 해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이미 오래전부터 보다 더 건강한 삶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건(vegan)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지만 내 몸이 진정으로 그것을 원함을 인식하는 순간, 그때가 바로 채식을 시도해볼 때이다.




엄마인 나는 조금씩 먹는 것들을 바꾸어가고 있는데 아이들이 아침마다 우유를 찾을 때, 내 마음이 조금씩 불편했다. ‘우유에 곰팡이가 그렇게 많다는데, 곰팡이 균은 높은 열을 가해 살균해도 사라지지 않아. 우유를 이렇게 많이 마시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암 환자들이 절대 먹으면 안 되는 두 가지, 우유와 옥수수(GMO)!’ 차라리 공부를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괴로웠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대체해서 줄 수 있는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채식, 자연식을 하는 사람들이 우유 대신 마시는 것이 두유이다. 첨가제와 보존제 그리고 당이 많이 들어간 시판 두유 대신 콩을 씻어 불리고 삶고 갈아서 두유를 만들어 주었지만 아이들은 먹지 않았다.


내가 만든 무화과 두유에는 콩이 들어가지 않는다. 캐슈넛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무화과로 세상 쉽게 만들 수 있는 맛있는 두유! 어느 날 휘리릭 완성된 내 맘대로 레시피, 무화과 두유.

믹서기에 신선한 캐슈넛 듬뿍, 생수를 넣고 아주 곱게 갈아 캐슈밀크를 만든다.

- 이때, 최소한의 생수(캐슈넛이 갈아질 정도의 수분) 먼저 붓는다. 처음부터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넣으면 캐슈넛이 물 위로 둥둥 떠다니면서 덜 곱게 갈린다. 물론 가지고 있는 믹서기의 성능이 슈퍼파워라면 상관없음.

곱게 갈린 캐슈밀크에 무화과를 4-5개 넣는다.

1500ml 용량의 믹서기 기준, 나머지 물을 더 채워 보충해준다. (나는 네 잔을 만들어야 해서 총용량이 1200 정도쯤 되게 물을 더 붓는다.)

꿀을 조금 넣어 달콤한 맛을 추가해준다.

믹서기에 윙윙 갈아주면 무화과 두유 완-성


아몬드를 사용해도 되지만, 만들어보니 무화과 두유에는 좀 더 보드라운 맛이 나는 캐슈넛이 더 잘 어울린다.

캐슈넛은 건강한 지방, 단백질, 섬유소, 철분, 아연이 풍부한 영양덩어리 견과류  하나이다. 무화과는 과일임에도 비타민보다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해서 과일의 여왕이라 불린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 여성들이 많이 먹어야 할 과일이다.


무화과두유는 만드는 데에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영양 가득 자연식이다. 집에서 만드는 홈메이드 두유가 콩 껍질이 입안에서 까끌거리는 특유의 식감 때문에 아이들에게 먹이기 어려웠다면 무화과 두유는 캐슈넛을 아주 곱게 갈아주는 포인트만 잘 지킨다면 전혀 텁텁하지 않다. 아주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무화과 자체의 당도가 아주 달다면 굳이 마지막에 꿀을 첨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달달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아침에는 우유 대신 엄마표 무화과 두유.

아침이 한결 보드랍고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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