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소금 Oct 19. 2021

다정한 이웃과 산다는 것

내가 만난 다정한 사람들. 좋아하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하루


아직 오븐의 온기가 남아있는 따끈한 쿠키가 현관문에 걸려있다.


우리 집 윗층에는 다정한 이웃이 산다.

5층에도 또 길 건너 맞은편 아파트에도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산다.

제주에 온 지 2년 하고도 9개월 드디어 아이들이 뛴다고 서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그런이웃을 만났다. 아침에는 커피를, 오후에는 쿠키를 받았다.

나는 무엇을 올려 보낼지 약간 들떠서 고민하다가

짧은 메모를 적는다.


- 홈베이킹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드는지 알아요.

정말 귀한 걸 나눠주셨네요.

그래서 더 감사히 먹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제대로 구워낸 쿠키가 먹고 싶었는데

저에게는 달콤한 행운이에요!

마침 차가 있어서 몇 종류 올려보내요.

오늘 쿠키 구우셨으니 향긋한 차와 함께 드세요.




봄이 오면 녹산로에 흐드러진 벚꽃이 다 지기 전에 꽃을 보러가자고 한다. 여름은 아이들과 바다로 나가야 하니 좀 더 부지런해지고, 이 짧은 가을이 아쉬워 같이 애태운다. 겨울은 달빛 아래서 다함께 마셨던 대추차의 달큰함을 잊지못해 길어진 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낸다. 그렇게 지금 이곳의 계절을 누리며 아늑하게 산다.


아이들 수영 내려주고 이웃과 걷는 산책 길. 황혼의 저녁.


내가 울 때 속으로 고소해하지 않고

내가 웃을 때 뒤에서 배아파하지 않는

다정하고 착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래서 나의 이웃들이 계속 건강하기를,

나보다 더 잘 살고 잘 -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그렇게 산다.


다정한 이웃들과 산다는 건

나태하게 늘어지지도

또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요 없이 사는 것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냥 나도 같이 다정하고 편안해지는 것


오늘 살면서 맛 본 쿠키 중에

가장 맛있는 쿠키를 먹었다.

이 세상, 내가 사는 세상에는

아직 사람 사는 포근한 냄새 ,

달콤하고 바삭한 쿠키 냄새가 난다.

이전 08화 파도, 그 태초의 소리를 듣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