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다정한 사람들. 좋아하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하루
우리 집 윗층에는 다정한 이웃이 산다.
5층에도 또 길 건너 맞은편 아파트에도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산다.
제주에 온 지 2년 하고도 9개월 드디어 아이들이 뛴다고 서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그런이웃을 만났다. 아침에는 커피를, 오후에는 쿠키를 받았다.
나는 무엇을 올려 보낼지 약간 들떠서 고민하다가
짧은 메모를 적는다.
- 홈베이킹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드는지 알아요.
정말 귀한 걸 나눠주셨네요.
그래서 더 감사히 먹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제대로 구워낸 쿠키가 먹고 싶었는데
저에게는 달콤한 행운이에요!
마침 차가 있어서 몇 종류 올려보내요.
오늘 쿠키 구우셨으니 향긋한 차와 함께 드세요.
봄이 오면 녹산로에 흐드러진 벚꽃이 다 지기 전에 꽃을 보러가자고 한다. 여름은 아이들과 바다로 나가야 하니 좀 더 부지런해지고, 이 짧은 가을이 아쉬워 같이 애태운다. 겨울은 달빛 아래서 다함께 마셨던 대추차의 달큰함을 잊지못해 길어진 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낸다. 그렇게 지금 이곳의 계절을 누리며 아늑하게 산다.
내가 울 때 속으로 고소해하지 않고
내가 웃을 때 뒤에서 배아파하지 않는
다정하고 착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래서 나의 이웃들이 계속 건강하기를,
나보다 더 잘 살고 잘 -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그렇게 산다.
다정한 이웃들과 산다는 건
나태하게 늘어지지도
또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요 없이 사는 것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냥 나도 같이 다정하고 편안해지는 것
오늘 살면서 맛 본 쿠키 중에
가장 맛있는 쿠키를 먹었다.
이 세상, 내가 사는 세상에는
아직 사람 사는 포근한 냄새 ,
달콤하고 바삭한 쿠키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