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집고양이와 우리의 길고양이를 생각하면서...
“길고양이 사회와 생태에 관한 연구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어왔다. 특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활발히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여태껏 몰랐던 길고양이에 관한 수수께끼가 잇따라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고양이의 기이한 행동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양이 집회’이다. 고양이 집회란 한밤중에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사찰 경내, 바닷가처럼 개방된 장소에 길고양이들이 모여서 특별한 뭔가를 하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p.151)
*2019년 7월 1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동생네 빌라 주차장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최초의 고양이는 지금은 우리의 집고양이가 된 들풀이의 엄마 노랑이었다. 노랑이는 지금까지 네 차례 정도를 출산하였는데 그중 두 번째 출산한 (낳기는 다른 곳에서 낳았다)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이 한 달이 조금 지난 크기로 주차장에 입성했다. 한겨울이었고 우리는 걱정을 하며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들풀이는 치즈(노란색의) 태비(줄무늬)였고, 나머지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삼색 고양이였다.
여기서 두 달여가 더 지나 새끼 고양이들이 노랑이를 따라 주차장을 벗어나 산책을 다닐 무렵 들풀이가 크게 다쳤다. 명절날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아 급하게 수술을 했고 결국 나와 아내가 입양을 결정했다. 들풀이가 우리집에서 집고양이가 되어가고 있을 때 노랑이와 들풀이의 누이인 세 마리의 고양이가 주차장을 떠났다. 근처에 또 다른 보금자리를 구했는지 간혹 들러 동생이 건네는 캔을 먹고 갈 뿐이었다.
그러던 노랑이와 들풀이의 누이인 두 마리의 고양이가 한 달 전쯤부터 다시금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세 마리 모두 아기를 가진 상태였다. 이중 들풀이의 누이인 삼색이 중 하나가 주차장에서 아이를 낳았다. 모두 여섯 마리를 낳았는데 다섯 마리가 차례대로 죽었고 우리는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그 한 마리가 동생네 집으로 거처를 옮긴 다음 날 그 엄마가 죽었다. 들풀이의 누이 중 하나였다.
동생네 집에서 초유를 먹고 분유를 먹으며 자라고 있는 아이의 이름은 심바가 되었다. 심바가 구조되고 며칠 후 들풀이의 누이 중 한 마리가 주차장에 나타났다. 이 고양이는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였고 부엉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던 고양이였다. 혼자 온 것은 아니었고 아마도 제 자매와 비슷한 시기에 낳았다고 짐작되는 새끼 고양이들 중 한 마리와 함께였다. 아마도 나머지 새끼들을 모두 잃고 남은 한 마리로 짐작되었다.
둘풀이의 조카뻘인 심바와 주차장의 새끼 고양이에게 이상 징후가 생길 때마다 내가 고양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 심바는 열이 높아 병원에 들러야했고, 주차장의 새끼 고양이는 관장을 해야 할 정도로 배가 빵빵하여 병원에 들렀다. 심바는 현재 항생제와 소염제를 하루에 두 번 먹고 있다. 다행히 주차장의 고양이는 엄마가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우리는 가끔 들러 엄마 고양이에게 캔을 주고, 마련해준 집의 뚜껑을 열어 새끼 고양이의 상태를 살핀다.
시시때때로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오고가며 힘들었고, 새끼 고양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배변을 돕는 동생네 아내도 힘들어 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주의와 관심을 어느 정도까지 제공해야 하는 것인지 몇 차례 고민을 하다 《고양이 생태의 비밀》을 읽기 시작했다. ‘고양이 섬’으로 불리우는 일본의 아이노시마에서 7년 간 길고양이를 집적 관찰하고 작성한 기록물이다. 몇몇 기록을 아래에 옮겨 공유하고자 한다.
"고양이의 조상 후보로 추정되는 동물에는 유럽살쾡이와 리비아고양이 등 현존하는 몇몇 종의 야생 고양이가 오래전부터 꼽혀왔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들의 몸과 뼈구조, 행동과 성격, 고고학적 증거 등을 조사하고 최근에 DNA 유전자도 비교 감식한 결과 고양이의 조상인 야생동물은 리비아고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p.18)
“고양이의 발정 횟수는 기본적으로 연 1회로 2월에 정점에 이르고, 이 시기에 실패한 암컷이 5월경 다시 한 번 발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도시 지역에 사는 길고양이는 일 년에 여러 번 발정해서 번식하는 경향이 있다. 시내 번화가나 상점가는 한밤에도 일 년 내내 대낮처럼 환해서 이런 환경에 놓인 길고양이가 낮 길이에 의한 계절 감각을 상실한 탓도 있고 무엇보다 영양(칼로리) 과다 섭취가 원인인 듯하다.“ (p.80)
“... 고양이는 교미 행위에 의해 자극받아 배란하는 ‘교미 후 배란’이 특징이다... 교미한 지 대략 24~28시간 후에 배란이 일어난다(따라서 임신율은 거의 100%라고 볼 수 있다). 배란한 암컷이 다른 수컷과 또 교미하면 한배에서 아비가 다른 형제자매(이부 형제자매)가 태어나기도 한다... 고양이의 임신기간은 약 두 달, 즉 65일 전후로 개의 임신기간과 비슷하다.” (pp.84~85)
“아기 고양이는 생후 얼마 동안 젖을 먹고 자고 또 먹는 생활을 반복한다. 아기 고양이는 아직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기에 어미와 형제자매와 서로 몸을 바싹 대고 체온을 유지한다. 어미가 아기 고양이 항문 주위를 핥아주면 아기 고양이는 이에 자극받아 배설한다. 아기 고양이는 어미가 잘 핥을 수 있도록 꼬리를 세운다. 간혹 어른 고양이가 인간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거나 어리광을 부릴 때 꼬리를 세우는 것은 그 자취라고 할 수 있다... 아기 고양이의 배설물은 어미가 먹어버린다. 이렇게 하면 주위가 깨끗이 유지되고 적에게도 잘 들키지 않게 된다...” (p.88)
“... 어미는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여러 가지를 어린 고양이에게 가르친다. 예컨대 어린 길고양이는 어미가 인간을 경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미를 따라서 인간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회화기에 인간의 손에서 자라는 경우를 제외하고 길고양이로 나고 자란 어린 고양이는 결코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길고양이로 성장한다... 어미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과정은 길고양이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어미가 이끄는 학습기간은 생후 3개월이면 끝이 난다...” (p.98)
“... 어미의 한 번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 고양이 중 1~2마리가 한 살까지 살아남으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 내가 7년간 조사한 가운데 한배에서 난 형제자매 중에 가장 많이 생존한 수는 4마리였다. 어미의 이름은 ‘타마’였고 두 마리의 암컷과 두 마리의 수컷 어린 고양이들이 1년 이상 살았다...” (pp.104)
“고양이는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에 인간에 의해 가축으로 길러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고양이는 야생 사냥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예민한 오감을 잃지 않고 거의 완전한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집고양이는 자신의 오감으로 인간과 다른 세계를 느끼며 한 지붕 아래서 하루하루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인간과 고양이가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각자의 눈에 비치는 경치는 아주 다르다. 고양이의 시력은 인간의 10분의 1 정도이고, 눈에서 15cm 이내에 있는 물체는 잘 보지 못한다. 물체와의 거리가 2~6m 떨어져 있을 때 가장 잘 볼 수 있고 20m 이상 멀어지면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 한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121)
“망막 위에는 색을 느끼는 추체세포(피라미드세포)와 밝기를 느끼는 간체세포(망막막대세포)라는 두 종류의 가늘고 긴 시세포가 섬모처럼 세로로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색을 잘 보게 하려고 추체세포의 비율을 늘리면 그만큼 간체세포의 비율이 줄어, 밝기를 느끼는 능력이 떨어진다. 인간보다 색을 잘 식별할 수 있는 조류는 밤에는 어둠 속에서 사물을 거의 볼 수 없다. 이는 고양이의 경우와 반대 방향으로 눈을 진화시켜온 결과이다... 또 고양이의 눈 구조는 주위의 빛을 가능한 한 눈 속에 받아들여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이 잘 보이도록 특수하게 진화했다. 그중 하나는 동공과 안구의 크기이다. 고양이는 동공을 어둠 속에서 최대 1.4cm나 확장할 수 있어(면적으로는 사람의 약 3배) 더 많은 빛을 외부세계로부터 눈 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심지어 안구의 내부구조에도 비밀이 있다. 인간과 고양이 모두 안구 가장 안쪽에는 망막이라는 막이 있다. 우리는 눈동자를 통해 들어온 빛이 망막을 통과할 때 빛을 느낀다. 고양이나 야행성 짐승은 인간과 다르게 망막 바로 뒤에 ‘타페탐’이라는 반사판 같은 막이 있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한 번 망막을 통과하고 그 빛이 타페탐에서 반사되어 다시 한 번 반대 방향에서 망막을 통과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망막은 같은 빛으로부터 두 번 자극받게 되어 미세한 빛이라도 더욱 강한 신호로 뇌에 전달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고양이 눈이 빛나는 것은 이 타페탐이 빛을 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pp.122~123)
“길고양이 사회와 생태에 관한 연구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어왔다. 특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활발히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여태껏 몰랐던 길고양이에 관한 수수께끼가 잇따라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고양이의 기이한 행동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양이 집회’이다. 고양이 집회란 한밤중에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사찰 경내, 바닷가처럼 개방된 장소에 길고양이들이 모여서 특별한 뭔가를 하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p.151)
“집고양이의 평균수명은 사단법인 펫푸드협회 자료(2013년도)에 따르면 15세이다. 최근에는 집고양이 수명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는 캣푸드 등 먹이가 질적으로 향상하고 인간의 경우와 같이 동물 의료도 나날이 진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고양이도 인간과 같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최장수 집고양이는 미국 텍사스주에 살았던 크림 퍼프라는 이름의 암코양이이다. 이 고양이는 1967년 8월 3일에 태어나 2005년8월 6일까지 38년 3일 살았는데, 평균수명의 2배도 넘게 살았으니 엄청난 장수 고양이이다.” (p.217)
“고양이의 나이를 인간의 나이로 환산한 표가 있다. 이에 따르면 고양이의 한 살 반은 인간으 20세, 여섯 살은 40세, 열한 살은 60세, 그리고 고양이의 스물 한 살은 인간의 100세가 된다... 일반적으로 일을 은퇴하는 연령인 60세 이후를 노후로 본다면 고양이는 열한 살이 노묘의 나이에 해당한다.” (p.221)
야마네 아키히로 / 홍주영 역 / 고양이 생태의 비밀 / 끌레마 / 267쪽 / 2019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