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왕성한 아흔 살의 출중한 도쿄 여행...
모모요는 1900년에 태어났다. 과자 도매점의 장녀였고 모모요의 아버지는 남는 시간이면 혼자 발명품을 만들고는 했다. 그러나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모모요의 남편도 발명광이었다. 그는 어떤 기계의 특허를 따내기도 했지만 균류와 관련한 발명을 완성시키기 전에 죽었다. 모모요에게는 일곱 명의 자식이 남겨졌다. 모모요는 자신의 성품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일곱 명의 자식을 키웠다.
모모요는 자신의 아들이 결혼하여 며느리가 집에 들어오게 된 후, 쉰 살이 넘어선 시점에서 파트타임 일을 찾아 나섰다. 유산균 음료 공장에서 용기에 종이 뚜껑을 덮는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15년 동안 그 일을 했다. 그 일을 그만두었을 때 모모요는 일흔 살이 넘었지만 새 직장을 찾았다. 가구점 공방에서 니스 칠을 하는 일이었는데, 이 일을 10년 동안 했다. 그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아들은 더 이상 모모요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류했다.
“엄마는 다다미 바닥에 주저앉아, 초점 잃은 눈으로 다리 굽혔다 펴기를 계속하는 모모요를 바라보았다. 평소 내 친구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팔팔한 생물체’라는 말을 듣는 우리 엄마지만, 모모요 할머니 앞에서는 순한 양 같았다. 말수도 적어지고, 모모요에 비하면 명백히 파워가 딸렸다...” (p.63)
책은 작가인 무레 요코의 외할머니 모모요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소설은 아니고 아마도 대부분 논픽션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모모요가 구십 살이 되어 도쿄에 있는 나와 엄마의 집에 놀러온 이야기로 첫 번째 챕터를 채우고 있다. 구십 살이라고 하지만 육십대인 엄마를 능가하는 파워를 지닌 모모요의 좌충우돌 도쿄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손녀 무레 요코의 시선은 즐거워 보인다.
“...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는 말이 된다. 나는 내가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그편이 괴롭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런 사건 하나하나에 매듭을 짓고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할머니는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건강랜드’에 가는 것이어도 말이다...” (p.252)
두 번째 챕터는 외삼촌 내외와 함께 살고 있는 모모요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든 살이 넘어서까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모모요가 어떤 식으로 일상을 채워나갔는지 그리고 채워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즐거움을 위해 일을 한다. 키우던 개 고로와의 산책이나 게이트볼 경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왠지 시간에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 내가 만약 모모요의 자식이었다면 꽤나 안심했을 것 같다.
세 번째 챕터는 모모요가 할머니가 되기 전의 전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팍팍하기 그지없을 것 같다, 라고 평가할만한 일들이 있지만 작가에 의해 서술되는 모모요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서술이 맞을 것이다. 구십 살이 되었을 때의 모모요는 스모 방송을 즐기고 프로야구 선수의 타율까지 꿰고 있었다. 그런 모모요는 아흔 다섯 살까지 건강하게, 아흔 여섯 해를 살았다.
무레 요코 / 권남희 역 /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モモヨ、まだ九十歲) / 이봄 / 268쪽 / 2018 (1995)
ps. 책에 ‘이 할머니는 머릿속이 꽃밭이어서’ 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문맥을 살피면 아마도 경증의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치매의 상태를 ‘머릿속이 꽃밭’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