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에부는바람 Jul 29. 2024

조 홀드먼 《영원한 전쟁》

끝도 시작도 어처구니 없어 영원함으로 수식될 수 있는...

  《영원한 전쟁》은 실제로는 영원한 전쟁은 아니다. 꽤 오랜 시간 지속되는 전쟁이기는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았다. 물론 전쟁의 내부에 있던 당사자들로서는 영원에 걸맞는 압박으로작용하였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구의 연도를 적용하자면 실제로 소설 내부에서 전쟁이 벌어진 것은 2007년에서 3143년까지이다. 아니 전쟁이 벌어진 햇수라기보다는 전쟁에 참가한 주인공이 버텨낸 햇수라고 하는 게 맞겠다.


  “12년 전, 내가 아직 열 살이었을 때 콜랩서 점프가 발견되었다. 콜랩서를 향해 어떤 물체를 충분한 속도로 던지면 그 물체는 은하계의 다른 장소에서 핑 튕겨 나온다. 물체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알기 위한 공식을 끌어내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체는 그 진로에 콜랩서가 없었을 경우 나아갔을 ‘선’(실은 아인슈타인 우주의 측지선)을 따라 이동하다가, 다른 콜랩서 장(場)에 도달하면 다시 출현, 처음과 동일한 속도로 그 콜랩서에서 튕겨 나온다. 두 콜랩서 사이를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완전히 제로이다.” (pp.30~31)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만델라 일병으로 군대에 들어가서 만델라 하사와 만델라 소위를 거쳐 만델라 소령까지 진급을 한다. 콜랩서라는 이동 공간을 발견한 지구인은 그러나 동시에 토오란, 황소자리(Taurus)의 알데바란 근처에서 우주선이 파괴되었고 그때의 적을 ‘토오란(Tauran)’으로 명명, 이라는 적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나는 (IQ150이상의 강인한 육체를 소유한 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연합 탐사군(UNEF)에게 징집되었다. 


  “인간만큼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몸통은 더 두꺼웠다. 전신이 거의 검정에 가까운 암녹색 털로 덮여 있었고(레이저에 그슬린 곳만이 희게 변색해 있었다) 다리가 세 개, 팔은 하나 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덥수룩한 머리에 달려 있는 유일한 장식이라고는 입밖에 없었다. 편평한 검정색 이가 가득 늘어선 축축한 검정색 구멍. 한마디로 구역질나는 생물이었지만, 끔찍했던 것은 인간과의 차이가 아니라 유사점이었다······. 레이저를 맞고 체강(體腔)이 노출된 부분에서는 혈관투성이의 유백색으로 반짝이는 공 같은 것과 구불구불한 내장이 빠져나와 있었고, 혈액은 끈적끈적한 느낌의 검붉은 액체였다.” (pp.97~98)


  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오늘 밤에는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 여덟 가지를 가르쳐 주겠다.” 나를 비롯한 징집병들은 전투를 위한 기계처럼 다뤄지지만 실제로는 전투가 아닌 기지 건설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렇게 이들은 콜랩서를 통하여 광속에 가까운 이동을 하여 도착한 행성에서 기지를 건설하거나 토오란을 비롯한 적과 전투를 치르며 거의 대부분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


  “병사는 주관 시간으로 보통 1년마다 한 번씩 전투에 참가하게 되며, 각 전투에서는 총 인원의 평균 34퍼센트가 살아남으므로, 10년 동안의 전쟁에서 당신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계산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략 0.002퍼센트이다... UNEF는 약 6만 명의 전투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그중 1.2명만이 10년 동안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나는 그 목표를 이미 반쯤 달성하고 있었지만, 심각하게 그런 행운아가 될 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았다.” (p.293)


  하지만 목숨을 건져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 군인으로 시작된 만델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구는 번하였고 나는 그곳에 적응하지 못한다. 콜랩서를 남나들며 단지 몇 번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나의 주관적인 시간은 고작 몇 년이 흐를 뿐이지만 지구의 수간은 순식간에 수백 년씩 흘러간다. 그렇게 나는 많지 않은 전쟁의 순간을 겪었을 뿐이지만 오랜 전쟁에서 살아남은 전설이 되어간다.


  “... 2년 전에 제군의 친구이거나 애인이었던 사람들은 이제 제군보다 스물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친척들 중에 타계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제군들에게는 매우 고독한 세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p.185)


  여튼 소설은 나름의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난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나, 만델라는 살아 남았고 사랑하는 이와 다시 만난다. 전쟁의 서막이 어처구니 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을 알았으니 전쟁 자체에 대한 거부의 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소설이 처음 등장한 1974년은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이고, 작가 자신의 참전 경험도 작용하는 바, 이 소설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기도 한다.



조 홀드면 Joe Haldeman / 김상훈 역 / 영원한 전쟁 (The Forever War) / 황금가지 / 420쪽 / 2016 (1974, 1975, 1997)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비드 로지 《교수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