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말과 말 사이의 침묵, 눈빛 사이의 떨림, 손끝을 스쳐 지나가는 온기, 때로는 마음 깊이 새겨지는 오해와 상처.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다. 삶의 기쁨도 슬픔도, 그 대부분은 관계 속에서 빚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혼자 밥을 먹을 수는 있어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일터에서 동료와 함께 하고, 가정에서 가족과 나눈다.


친구를 만나고, 이웃을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되고, 그 연결 속에서 자아를 구성한다.


그러나 관계는 늘 편안하고 따뜻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반대로 너무 멀어서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고.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경계하고, 관계의 시작보다는 차단과 거리 두기에 더 익숙해졌다.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시대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수많은 '연결' 속에서 진짜 '관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떠날 수도 없다.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울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결국 상처도 관계 속에서 생기지만, 치유 역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아픈 말을 들었을 때 눈을 피하게 되지만, 진심 어린 위로의 말 한마디는 다시 삶을 붙잡게 만든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밖에 치유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인생의 결정적 장면들 -입학, 졸업, 이별, 결혼, 죽음- 그 모든 순간엔 사람이 있었다.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던 이, 말없이 곁에 있어 주던 이, 울음을 같이 참아주던 이,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들이 모여 완성되어 있는 하나의 긴 서사다.


그 서사 속에 고요한 기다림이 있고, 격렬한 다툼이 있으며, 무엇보다 다시 이어지려는 마음이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완벽함'이 아니다. 실수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때로는 멀어지기도 하면서 우리는 사람 사이의 '적정 거리'를 배워간다.


좋은 관계는 언제나 '조율'의 결과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거리, 그 거리를 지켜내는 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이며 성숙함의 표현이다.


때때로 우리는 관계를 '성과'처럼 여기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인맥을 쌓았는지에 집착하며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관계는 수가 아니라 밀도에 있다.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 실수를 해도 용납될 수 있는 사이, 어려울 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사이, 그런 관계는 결코 많지 않지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관계를 맺기보다, 몇 개의 진심 어린 관계를 지켜가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며 바라보고, 때로는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며,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다움"이란 그 거리에서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사이를 따뜻하게 잇는 말 한마디.

그 사이를 지켜주는 눈빛 하나, 그것이 오늘도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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