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출판 번역가, 편집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결국, 3년 차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정확하게는 1년 8개월.
나는 그 시간을 보내며 내 인생에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었다고 여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회사라는 조직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였다.
우연한 계기로 약 10년의 프리랜서 번역가로서의 생활을 잠시 정리하고 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지내며 책을 만들었다. '잠시'라고 한 이유는 언젠가는 다시 프리랜서 생활로 돌아갈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해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만둘 줄이야. 3년은 다니자고 들어갔지만 3년 '차'에 그만두었으니 그래도 3년이라는 앞글자만은 지켰다고 해두자.
줄곧 일본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번역을 하고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직업상 책과 가깝게 지내다보니 막연하게 출판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출판사에서 일하게 될 줄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출근하기 전날에는 괜한 걱정에 마음이 잡히지 않아 산책하면서도 친구와 통화하면서도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그런 눈물이 무색하게도 나는 놀라울 속도로 적응했고 원래 그곳에 있었던 사람인양 그 조직에 젖어들었다. 너무 바쁘게 일이 돌아가다 보니 매일 야근하며 정말 빡(?)세게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지만 분명 함께 했던 주변 동료들 덕분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편집자가 되어 있었다.
번역과 편집은 분명 다른 지점이 있다. 하지만 번역을 하며 해왔던 문장 공부나 편집자와의 소통, 글을 썼던 작업들이 직접 내가 책을 만드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편집자가 하는 일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책의 앞표지에서 뒷표지까지 날것의 문장을 다듬고 구성하고 카피 문구를 만들어 책의 꼴로 만드는 일들. 책을 내놓은 다음에도 줄줄이 이어지는 홍보 관련 일들. 중간중간 압박으로 다가오는 기획회의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잡무들. 처음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세계였고 경험해보고 싶었던 세계였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하지만 역시 한 달에 마감을 두 개씩 치르며 6개월을 살아 보니 점점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피례해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 이후의 시간은 버티기에 가까웠다.(사실 퇴사의 이유는 다른 이유가 더 크지만 그냥 일이 힘들었다고 해두자.) 쉴 틈없이 돌아가는 일에 머리도 쉴 틈이 없어 오죽하면 꽉찬 뇌를 꺼내서 털고 싶다고 했을까. 그리고 결국 올해 3월 회사를 그만두었다. 코로나로 앞날이 뿌연 안개처럼 잘 보이지도 않던 시기였다.
다시 프리랜서 번역가, 편집자가 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역시나 느끼는 것은 혼자 일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물론 직장 생활도 쉽지는 않지만 매일 해야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니 할일이 없어 전전긍긍댈 일은 없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통장 잔고를 매일 들여다보며 일 걱정을 하고 자주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을 다잡으며 혼자 일하는 외로움과 친해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다독이고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일을 하며 느끼는 것들,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풀어내고(가끔은 토해내고) 작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적어보려고 한다. 이전 프리 생활을 할 때도 매일 올렸던 글이 힘이 되었듯이 분명 다시 쓰게될 글들도 새로운 생활에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작은 희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