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출판 번역가, 편집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오랜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다시 회사에 들어갔을 때 정말 좋았던 점이 있었다.
바로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삶을 꿈꾸었는데 정작 그 기간이 길어지니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게 좋아진 것이다.
인생 참 변덕스럽다.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첫 번째 회사를 여러 이유로 그만두며 언젠가는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꿈을 품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한동안 지낸 뒤 한국에 돌아와 사람들에게 자신을 프리랜서 번역가라고 소개하며 일하게 되었을 때 행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년 못 갔던 것 같다. 프리랜서 연차가 늘어날수록 혼자 일하고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질 법한데도 그렇지 않았다.
결정이 필요할 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모두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이 어느 순간 버거움이 되었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나 생각에도 고팠으며 무엇보다 서로 으쌰 으쌰 해줄 같은 분야의 사람이 없어 더 바닥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지쳐 환경을 좀 바꿔줘야 할 것 같아 한동안 고향에서 지냈고 1년쯤 지났을 무렵 이제 슬슬 서울로 돌아갈까 하던 때에 좋은 기회가 왔던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는 것이. 그런데 2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다시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지금은 어떨까?
역시나 혼자 일하는 삶은 좀 싫은 구석이 있다.
첫 번째로 다시 프리가 되었을 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점심을 계속 혼자 먹어야 하는 것.
원래 혼자서 밥 먹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성격인 데다가 퇴사 몇 달 전부터는 회사 구성원과 얼굴을 맞대고 밥 먹는 것이 버거운 순간도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혼자 먹곤 했다. 그런데 퇴사하고 한동안은 혼자 밥 먹는 것이 그렇게나 싫었다. 오죽하면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친한 지인에게 점심 먹을 때 제발 나 좀 불러달라고 했을까. 근데 이건 코로나가 덕분에(?) 사람들 만나는 일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반강제로 익숙해졌다. 도대체 사람들과 식당에서 웃으며 밥을 먹은 적이 언제인지.
두 번째는 역시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항상 고프다는 것.
혼자 일하다 보면 생각이 막히고 정체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그럴 때 어느 정도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과 잠깐 넋두리만 해도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일 때가 있다. 그게 참 아쉽다. 주변에 번역하고 편집하고 책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인데도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고(사실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 이미 회사에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어쩌면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이전 프리랜서 시절에도 자주 내 머릿속을 침범해 종종 구인 사이트를 열어보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분명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며 잘 버텨볼 생각이다. '모든 일은 다 되게 되어 있다.'는, 힘들 때마다 위안이 되는 이 말을 되새기며. なるようになる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