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사이드 디쉬
그 기억 때문인지 제 머릿속에서 피망은 그냥 '맛없는 음식'으로 굳어져버렸습니다. 게다가 집 안팎에서 피망이 들어간 요리를 먹을 기회도 많이 없다 보니 약 25년 동안은 피망과 상당히 어색한 사이로 지내게 됐네요.
사실 피망은 참 괜찮은 친구입니다. 특히 달콤한 맛이 참 좋죠. 향긋하고, 빨강 노랑 초록 등, 그 비비드 한 색감은 또 어떻고요.
그리고 오늘 소개할 Peperonata는 그 맛있고 훌륭한 피망이 쓰이는 레시피 중에서도 좀 특이한 케이스에 속하는데요, 바로 피망이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레시피이기 때문이죠.
페페로나타는 보통 메인 디쉬에 곁들여 먹는 사이드 디쉬로 소개되는데요. 사이드 디쉬뿐만 아니라 빵에 얹어먹거나 파스타 소스로 활용될 만큼 활용도가 매우 높은 요리입니다. 반면, 조리법은 몹시 간단하죠. 다만 시간은 좀 걸립니다. 총 한 시간 정도 잡으면 되는데 뭐 특별히 주의가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 크기의 피망 세 개 정도면 450g~500g쯤 되는 것 같습니다. 딱 맞출 필요는 없으니 그 정도 쓰시면 될 것 같네요.
무게는 양파 크기에 따라서 다 다르겠습니다마는, 주먹만 한 것 한 알 정도면 150g쯤 되는 듯합니다.
저는 자주색 양파를 썼지만, 흰색을 써도 무방한 것으로 보여요. 다만 자주색 양파를 쓰면 색이 좀 더 진하게 나오지 않을까요?
토마토는 제 레시피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샐러드에 넣을 것이 아닌 이상 굳이 생것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캔으로 나온 '토마토 홀' 혹은 '다이스드 토마토'를 이용합시다. 보통 400g에 한 캔으로 나오니 200g 이면 반 캔 정도 쓰면 돼서 간단해요.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1.1. 피망
피망을 반으로 잘라서 위쪽의 꼭지와 씨를 손으로 잡고 뜯어냅니다. 피망 내부에 씨가 조금 남아있을 수 있는데요, 이것들은 피망을 톡톡 두드리거나 손가락, 칼로 살짝 긁어 제거해주시면 됩니다.
이후 피망 내부의 하얀색 조직을 칼로 모두 도려 내주세요. 저게 남아 있으면 맛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2등분 한 상태에서는 제거하기 힘들 수 있으니 4등분이나 8등분 해서라도 꼭 깨끗하게 손질해줍시다.
손 조심하시고... 저는 뭔가 위태로워 보이네요.
내부의 장애물을 모두 제거한 뒤에는 피망을 얇고 길쭉하게 썰어주면 됩니다. 너비는 한 1cm 정도? 사진에 보이는 정도가 그 정도 되는 것 같네요.
1.2. 양파
양파는 8등분 정도 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조언해드리자면, 양파를 8등분 한 이후 붙어있는 양파 조각들을 모두 떼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눈이 많이 맵겠지만... 지금은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오실 수도 있겠네요. 아마 이따가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갑시다.
1.3. 마늘
마늘은 편으로 써셔도 되고 다지셔도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분들께는 잘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겠으나, 외국의 경우 마늘향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4등분 정도 해서 열을 가한 뒤, 향만 내고 빼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고 싶은 분은 하셔도 좋겠네요.
올리브오일, 양파, 마늘을 약불에 올려 향을 냅니다.
불을 약불로 맞추는 것이 좋은데요, 중 불만돼도 강하게 느껴지네요. 약불로 하는 이유는 마늘과 양파에 노란빛이 돌 듯 말듯하게(결국 돌면 안 된다는 말...)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위의 '재료손질'에서 말한 내용입니다.
양파가 골고루 익도록 팬에 넓게 펴줘야 하는데, 은근히 양파 조각들을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손이 맵겠지만 미리 손으로 하나하나 다 떼어놓는 것을 추천해요.
분명 위에서 '노란빛이 돌면 안 된다'라고 말했지만 양파와 마늘이 많이 익은 것이 보이네요. 그냥 그러려니 합시다... 사는 게 뭐 다 그런 것 아니겠소...?
어쨌든 저희의 목표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양파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열을 가하는 것이에요. 보통 20분 정도 하면 이렇게 되겠지만 집집마다 사정이 다 다를 수 있으니 '양파가 이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마음에 새기고 시간과 열을 알아서 조절하시는 센스가 있다면 최고일 것 같네요!
별거 없습니다. 손질한 피망을 다 넣고 30분 동안 열을 가하면 돼요.
이 과정에서는 불 조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약불이나 중 약불 정도에 두면 피망으로부터 물이 상당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지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알아서 잘 익더라고요.
이 과정 역시 목표는 피망이 힘을 잃고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익히는 것입니다.
원하는 상태가 되면,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뿌려줘요. 지금까지 간을 한 번도 안 해줬으니 본인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추는 게 좋겠죠? 조금씩 찍어 먹어보면서 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직접 맛보면서 하는 게 최고죠.
마지막 과정입니다.
저는 '토마토홀 캔'을 사용했기 때문에 나무 주걱으로 토마토를 으깨줄 필요가 있었어요. 아마 '다이스드 토마토'를 사용했다면 좀 더 편했을 것 같군요. 그래도 토마토가 조금씩 열을 받고 나면 으깨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10분 정도 졸여주면 끝!
이쯤 되니 양파는 다 녹아 없어졌고 단단하던 피망도 완전히 흐물흐물해졌네요. 냄새부터 달콤하니 맛이 좋아 보입니다.
맛을 볼 차례입니다.
페페로나타를 먹는 방법은 다양해요.
기본적으로 '사이드 디쉬'로서의 페페로나타는 뜨겁거나 차가운 상태로 메인 요리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고 하네요.
그 외에, 브루스케타에 올려서 먹기도 하고요(브루스케타가 무엇인지는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아니면 파스타와 곁들여 먹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보다시피 활용성이 매우 높은 요리이니 시도해보시고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을 추천해요.
맛은 아주 자연스러운 단 맛 위주입니다. 피망, 양파, 토마토 모두 달콤한 맛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그 외에 신맛, 감칠맛, 짠맛 등등... 사실 조리법처럼 맛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향긋하고 기분 좋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네요!
최근 한동안은 브런치보다 블로그에서 더 많이 활동했네요. 아무래도 브런치에는 시쳇말로 '각을 잡고' 글을 쓰게 되는지라, 과거와는 달리 일을 하다보니 바빠서 쉽게 손을 못댔어요.
뭐...이제 또 하반기 공채 시즌이 다가와서 정신이 없지만서도, 틈틈이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