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포스팅을 엄청 간소화 한 뒤로 이런 재료 사진을 찍은 적이 없는데 이날은 좀 열정이 살아난 관계로 다시 찍어봤다.
필요한 것은 믹서기, 라임 1개(2개 써도 될 듯), 작은 수박(5kg 미만, 축구공 만한 것) 반 통, 체, 용기, 물(1/2 컵, 120ml)과 설탕(1/4 컵, 80ml) 등이다.
위 사진 어디에 설탕과 물이 있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내가 물에다가 설탕을 녹이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에다 설탕을 넣고, 약불에서 모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열을 가해주면 끝. 좌측 하단에 보이는 작은 냄비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다만, 열을 너무 오래, 또는 강하게 가할 경우 카라멜이 돼버리니 주의할 것.
이후 과정은 간단하다. 라임 즙을 짜서, 설탕물, 수박과 함께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린다. 큼지막한 믹서기가 있다면 아주아주 편하게 만들 수 있겠으나 나는 아주 작은 핸드믹서를 사용하는 관계로 꽤 애를 먹었다.
갈아낸 재료들은 씨나 과육을 제거하기 위해서 체로 한번 걸러준 뒤 용기에 담는다. 뚜껑이 있는 오븐 용기가 적당할 듯 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라니타를 만들 차례이다. 그라니타 만드는 법은 앞서 다른 레시피를 통해 다룬 적이 있으므로 해당 레시피를 참고하기 바람.
요약해서 말하자면, 살짝 얼렸다가 포크로 깨부수는 것을 반복해서 얼음 결정을 아주 작게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대강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
아주 곱게는 못 만들었다. 생각보다 냉동실 파워가 약한지,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던 것. 냉동실에 넣은 지 2~3시간이 돼서야 용기 가장자리에 살얼음이 끼기 시작했다. 좀 기다리다가 잘 시간이 돼서 잤다. 그래도 그런 것 치곤 나쁘지 않은 결과물인 듯.
빙수같다. 유리컵에 담았으면 더 예뻤을텐데... 설거지하기 귀찮았다.
살짝 새콤한 맛이 느껴지긴 해도 라임을 하나쯤 더 넣었어도 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라임은 비싸니까...
고운 얼음들은 부드럽기도 하고 바삭하기도 하다. 사용한 수박 맛이 꽤 잘 들었던 것이었는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수박 향이 참 기분좋았다.
여름이면 항상 에어콘을 18도에 맞춰놓고 생활하지만, 이걸 먹을 때만큼은 에어콘을 끄고 먹는다. 얼음과자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