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어줄 것이 남아있는 이상 무엇이라도 더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다들 어떻게든 자기 것을 챙기려고 속으로 셈만 하는 세상에서, 너는 어쩌려고 이렇게 사람을 믿는 걸까?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사랑할 수 있는 걸까. 그런 너를 얼마간 답답해했던 것도 사실이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23-24쪽 중에서) -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책선물하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하얀 카라에 청색 치마를 입은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 첫사랑의 소녀에게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 서양 사상사‘를 선물했던 어리석음이 기억난다.
“나 이 정도는 읽어”
란 자기 과시겠지만 그 아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너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책인데” ㅠ
성인이 되어서도 책은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종로서적이나 교보문고로 달려가서 선물할 책을 고르는 기쁨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선물을 포장하며 따로 구입한 카드에 마음을 담은 글귀를 적어 수줍게 전달할 때의 마음은 하얀 손수건처럼 순수 그 자체였을 것이다. 종로서적이 문을 닫고 교보문고도 매출에 타격이 올 때 온라인 서점의 선봉은 YES24였다. 누구보다 일찍 회원이 되어 책을 구입했고 파워블로그 활동도 꽤 오래 했다. 이때도 마음을 열고 싶은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한다는 구실로 전화번호, 주소, 이름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택배 3종세트를 이용했다.
이렇게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책이 연결교리가 되어 기억에 남을 교제가 이루어졌다.
책과 영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에 대화는 편했고 거기에 글까지 쓰는 친구에게는 더욱 마음이 기울어졌기에 문구류 선물로 이어졌다.
문구를 좋아했기에 교보문고를 가면 책 보다 팬시 코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디자인이 예쁜 샤프, 중성펜, 만년필, 색연필등과 독서용품등을 구입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일본 제품이 디자인에서 월등 뛰어났기에 아무래도 국산보다는 일제에 손이 많이 가던 시절이다. 샤프나 중성펜 등은 한 개가 아니라 3-5 개 정도를 구입해 생각나는 친구에게 나누어주는 행위도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생겨난 버릇이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는 친구에게 책이나 문구류를 선물함으로 인해 고이고이 얻게 된 행복이기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삶을 돌아보면 소중한 이름으로 기억되는 친구 때문에 삶은 한 때 하늘을 나는 새소리의 울음처럼 경쾌하고 신이 났다.
그러나 반대로
김신지 작가의 글처럼 미운 사람이 있다. 관계가 비틀어졌거나 깨졌기에, 아님 처음부터 껄끄러웠기에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 눈만 마주쳐도 숨이 가파르고 심장을 아프게 하던 사람은 인간관계가 깨졌기에 상흔으로만 존재한다.
“이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김작가는 자신의 대학 친구였던 I을 통해 해답을 찾는다. 원망 대신에 사랑을 나누어 주는 친구를 보며 그녀의 성숙한 인격에 매료된다.
“나쁜 놈들 뿐이야”
험악하고 거칠고, 더럽고, 인정머리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이 예쁜 친구가 있다. 책 한 줄 읽으면 이상주의자가 되는 이유는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만나기 때문이다. 조그만 사랑도 전하지 못하고 미움만 살아있는 자신의 모습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찍힌 사진처럼 가감 없이 드러난다.
어려운 사랑을 배워야 한다.
차가운 사람을 사랑하진 못한다 할지라도 미워하는 마음을 지울 수는 있지 않을까?
내 마음도 파래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책상에 앉아 파란 하늘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착함과 바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가진 I의 사랑을 가슴에 담는 것은 그것이 살아가야 할 삶의 원칙이고 대명제라고 믿는다.
쉬운 미움 대신 어려운 사랑을 배우고 싶다.
사랑이 가장 쉬운 일이 될 때까지
“그런 게 사랑이지” 말하게 될 날까지
작가는 친구 I를 떠올리며 “쉬운 미움 대신 어려운 사랑을 배우고 싶다”라고 한다.
시간이 있으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을 배우기 위함이다.
불가에는 물질이 없어도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를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한다.
1.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
2.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
3.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씨,
4. 친절한 행동,
5. 착하고 어진 마음,
6. 편한 자리를 양보하는 자세,
7. 잠잘 곳을 제공해 주는 배려
얼마 전 병원에 다녀왔다는 말을 들은 딸아이가
“아빠 아프지 마, 사랑해요” 란 말을 듣고 울었다. 좀처럼 이런 표현을 할 줄 모르는 아이였는데 철이 들었는지 아빠를 향한 사랑을 고백한다.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관심, 배려를 통해 전달되는 작은 사랑이다.
무재칠시 중에서 6가지는 실천하는 훈련을 하겠지만 ’ 6번째인 편한 자리를 양보하는 자세, 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