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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k Nov 01. 2020

황금기의 증언자들

보너스 트랙 2

2집: 뉴스쿨, 황금기의 시작

14. (보너스 트랙 2) 황금기의 증언자들


앞서 밝혔듯이 황금기의 초기를 이끌었던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그중에서도 몇 명만 더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디제잉 및 샘플링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Marley Marl(말리 말)', 흑인 사회의 반 폭력 운동을 주도했던 'KRS-One(KRS-원)', 그리고 얼터너티브 랩의 시작을 알린 'Native Tongues(네이티브 텅즈)'가 그들이다.




1) Marley Marl(말리 말)


Marley Marl


<The Message>를 불렀던 멜리 멜이 아니다. 말리 말은 황금기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로, 샘플링1) 기법의 토대를 마련한 장본인이다. 말리 말 이전까지의 작곡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라이브 밴드를 고용해 샘플링할 곡을 재연주해 녹음하거나, 드럼 머신에 내장된 사운드를 활용해 작곡하는 것. 하지만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것은 원 사운드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기 힘들었고, 드럼 머신의 사운드는 종류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말리 말은 우연한 발견을 하게 된다. 작업 도중에 보컬 사운드를 따려다가 실수로 스네어2)만을 샘플링한 것이다. 그는 곧 기존의 음악에서 각각의 드럼 사운드를 따로 추출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는 여러 개의 음반에서 내가 활용하고 싶은 사운드만을 골라 새로운 음악으로 재창조할 수 있음을 뜻했다. 그는 이 방식으로 황금기의 걸출한 음반들을 만들어냈다.


1) 샘플링(sampling): 추출한다는 뜻이다. 힙합에서 주로 활용하는 작곡 방식으로, 기존의 사운드를 빌려와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통 히트했던 기존의 음반에서 특정 사운드를 가져와 새로운 비트의 재료로 활용한다. 짐작하다시피 샘플링과 표절의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 그래서 초기 힙합은 저작권 논란에 크게 휩싸였었다.


2) 스네어(snare): '작은북'을 뜻하는 드럼의 한 종류.




2) KRS-One(KRS-원)


KRS-One


KRS-원은 브롱크스 출신으로, 80년대 후반 뉴욕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MC 중 하나다. 그는 원래 'D-Nice(D-나이스)', 'Scott La Rock(스캇 라 록)'과 함께 'Boogie Down Production(부기 다운 프로덕션)' 줄여서 BDP란 팀으로 활동했다. 1987년 이들이 <<Criminal Minded>>라는 앨범으로 뉴욕을 장악하고 있을 무렵,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BDP의 멤버 스캇 라 록이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가장 유능했던 뮤지션의 죽음은 힙합계에 커다란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KRS-원과 동료 뮤지션들은 흑인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Stop The Violence(폭력을 멈추자)' 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Self Destruction>이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흑인 사회의 자체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당대 이스트 코스트의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이 영상은 뉴욕 전역의 뮤지션들이 하나로 뭉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더 의의가 컸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아프리카 밤바타 역시 10년 전 브롱크스에서 줄루 네이션을 통해 폭력을 근절하고자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비슷한 움직임이 크기만 커진 채로 반복됐다. 처음에는 브롱크스, 두 번째는 뉴욕 전체. 그리고 이로부터 다시 10년 후, 이 문제는 더욱 거대한 사건이 되어 돌아온다. 그 무대를 미국의 동부와 서부로 옮겨서 말이다.




3) Native Tongues(네이티브 텅즈)


<<The Low End Theory>>

뉴스쿨과 황금기를 다양성으로 정의한다면, 이들보다 더 확실한 증언자는 없을 것이다. 80년대 후반 등장한 네이티브 텅즈는 여러 뮤지션들이 뭉친 힙합 크루였다. 힙합에 재즈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Jungle Brothers(정글 브라더스)', 다채로운 샘플링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De La Soul(데 라 소울)', 여성 힙합의 장을 연 'Queen Latifah(퀸 라티파)'와 'Monie Love(모니 러브)'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뮤지션은 'A Tribe Called Quest(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라는 그룹이었다. 이들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Low End Theory>>는 재즈를 가장 잘 다룬 힙합 앨범으로 평가받으며, 아직까지 얼터너티브 힙합의 클래식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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