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금슬이 부러웠다.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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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보러 몇 팀 오더니 세입자가 나타났다. 시장도 싸늘하고, 입주장 한복판인데 운이 좋다. 부동산에서 세입자는 50대 부부이며, 둘이 살 것이며,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거라고 했다. 가계약금을 받았다.


계약서를 쓰러 가면서 어떤 분일지 상상했다.


'50대 부부인데 아이들은 왜 없지? 다 컸나?'

'선대출도 있는데, 전세자금대출까지 받네'

'삶이 팍팍한 건 아닐까'

'어디서 이사 오는걸까'

'뭐 하시는 분들일까'

'직업은 뭘까'


운전하는데 이런저런 잡 생각이 머리 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부동산에 들어가니 50대 부부가 먼저 와 계셨다. 마스크를 써서 인상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복장은 허름해보였다. 구릿빛 피부와 깊게 패인 주름을 가진 남편분은 바깥일을 하는 분으로 보였다. 눈썹문신과 하얗게 분칠한 아내분도 평범해보였다. '상상했던 것과 비슷하군' 스스로 생각했다.


어색한 침묵으로 탁자에 앉아 있었다. 믹스커피를 마시려 모두 마스크를 벗었다. 인상이 좋았다. 아내분은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말을 건냈다. 남편분도 마찬가지였다. 밝은 기운이었다.


대화가 시작되자 나는 놀랐다. 그리고 나의 편견이 부끄러웠다.


두 분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스치듯 지나는 눈빛이 아니라, 눈빛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서로를 놀리면 상대는 기쁘게 놀림을 받아주었다. 그러다 상대를 툭툭 쳐가며 웃었다. 원래 사이가 좋았을 수도 있고, 새 집에 대한 기대때문일 수도 있겠다. 주변에서 보기 힘든 50대 부부의 금슬이었다. 부러웠다.


우리는 왜 사는가. 사랑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닌가. 사랑의 기본은 뭔가. 듣고, 보고, 만지고는 것 아닌가. 플라토닉은 그 다음이다. 눈빛을 교환하며 가족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살과 살이 닿는 사이가 가족이 아니겠는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티비나 스마트폰에 눈길을 고정한 채로 대답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상가들 걸어가다 세입자와 다시 마주쳤다. 아내분이 나에게 '집 깨끗하게 잘 쓸께요'라며 밝게 인사를 했다. 둘은 우산 하나를 쓰고, 팔짱을 낀채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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