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사 받는 사람의 5단계 마음상태

(감사에서 살아남기)(4)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129201270


<감사 받는 사람의 5단계 마음상태>

책을 읽다가 분노의 5단계(five stages of grief)를 알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Ross)가 죽음과 관련된 임종 연구(near-death studies)에서 언급했다고 한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데 죽음에 이르는 심리상태의 변화과정을 연구한 것이다. 죽음을 수용하기 까지 5단계를 거치는데, 부정에서부터 분노, 타협, 우울을 거쳐 마침내 수용한다는 이론이다.


다투더라도 일단은 감사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감사 받는 사람의 마음도 5단계로 변화하지 않을까하고 상상하게 되었다. 무슨 논리적, 학문적 근거는 없지만 감사에서도 단계별 심리상태를 공상해본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 받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분노의 5단계를 상상만으로 감사에 대입해 보자.


1단계 부정(Denial)이다.

감사가 시작되면 모두 남의 일인양 생각한다. ‘어 왜 우리기관에 왔지?’라며 호기심이 발동한다. 여러 자료요구가 이어지면서 점점 자신의 업무분야 감사라는 걸 느끼게 된다. 괜히 불안해진다. 자신이야 직원에 불과하고, 팀장님, 과장님, 국장님께 다 보고드린 것이다. 예산상 어려웠고, 규정상으로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정말 열심히 일했다. 모두 지침을 받고 했으니 직원인 자신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다. 감사를 받아도 떳떳하다고 생각한다. 십 원 한 푼, 커피 한 잔을 받아 먹지 않았다.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사들도 감사관은 현황만 확인하고 갈 것이며, 문제를 삼아도 제도개선이나 될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태풍처럼 자신에게는 아무일 없을 것이라 안위한다.


2단계 분노(Anger)다.

어느날 감사관이 직원을 부른다.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규정이나 관례와 달리 업무를 추진한 이유를 추궁한다. 당시에 조직의 중점사업이었으며 어려운 환경속에세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감사관은 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규정과 관례에 반한 특이한 의사결정을 한 이유만 반복하며 추궁한다. 사업이 끝나고 ‘적극행정’이라며 표창까지 받은 업무인데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오니 직원은 너무나 답답해 한다.


직원은 비밀리에 한 일이 없으며 시키는대로 했다고 항변해 보지만, 상사들은 실무자가 기안한 대로 결재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직원은 윗분들에게 실망한다. 시켰으니 직원은 그대로 기안한 것이고, 시켰으니 기안한 대로 윗분이 결재한 것 아닌가. 누구도 직원 자신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닫게 되자 화가 난다.


3단계 타협(Bargaining)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선은 살아남아야 한다. 운다고 누가 대신 처벌받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계속 다투어봤자 뭔가 나올때까지 감사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주변의 오지랖들은 걱정해준다고 하면서도 인정할 것은 깔끔하게 인정해버리는 게 이익일 수도 있다고 한다. 계속 다투다보면, 주의로 끝날 일을 징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겁을 준다. 시킨대로 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해도 직원인 자신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직원은 작은 잘못을 인정하고 주의나 경고를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사를 굳이 물고 들어가지 말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한다.


4단계 우울(Depression)이다.

작은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나니 감사는 일사천리로 속도를 낸다. 직원이 총대를 메고나니 주변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제 감사장에 불려가는 사람은 직원뿐이다. 문답의 내용은 점점 구체적이되고, 이전에 한 말이 있으니 진술을 번복하기도 어렵다. 직원만 감사의 세계에 남겨둔 채 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탈출하였다. 주변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바삐 살아가고 있다. 가끔 위로의 말과 함께 그들의 호기심을 채워줄 몇 가지를 질문하며 ‘다 잘 될 것이니 걱정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 모습과 직원 자신이 대비되면서 ‘나는 어쩌다 이리 되었는가’ 생각하고 생각한다. 끝없이 가라앉는다.


5단계 수용(Acceptance)이다.

감사관은 떠났고, 직원은 얼마 있다 감사처분요구서를 받았다. 신분상 경고처분이 내려졌다. 다들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한다. 너무나 억울해 재심을 청구할까 생각해보지만, 재심을 받아들인 사례가 거의 없다는 말도 있고, 조직에서도 경고 정도면 그냥 수용하는 게 좋고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한다. 남의 일이니 남의 일처럼 말한다. 감사처분까지 마무리되고 직원은 지방으로 발령났고, 주변사람들은 여전히 본부에서 바삐 살고 있다. 사무실을 떠나는 직원의 A4 박스에는 ‘적극행정’ 유공으로 받은 ‘표창장’과 같은 사안에 대한 ‘경고장’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이렇게 상상해 보니, 분노의 5단계(five stages of grief)가 감사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연구해 주었으면 좋겠다.



ssssss.jpg


https://blog.naver.com/pyowa/223127725173


keyword
이전 03화선량한 비위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