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서 살아남기)(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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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감사, 비슷한 처분>
종합감사에는 감사 주기가 있다. 매년하는 경우도 있고, 2년이나 3년마다 하는 경우도 있다. 잊을만하면 종합감사 예정 공문이 온다.
감사 준비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새털같이 많은 날인데, 하필 자신이 근무할 때 종합감사라니. 일상 업무는 일상 업무대로 돌아가며 감사 준비를 하니, 자신의 업무인데도 마치 과외 업무 같다. 일할 시간은 부족해진다. 전임자 폴더를 열어보니 증빙이 빠진 공문, 아귀가 맞지 않는 문서가 여럿 있다. 뭔가 특이하게 처리한 업무도 보인다. 전임자에게 전화해 보지만 연락이 잘 안된다. 연락이 되어도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매뉴얼 같은 데 찾아보면 근거가 있을 것이다’라는 하나 마나 한 말만 한다. ‘지금 바쁘니 나중에 다시 전화해 주겠다’며 전화를 끊으려 한다. 감사는 결국 현 담당자의 몫이다.
부서장은 ‘감사 대응 잘 하라’고 하고, 감사관은 ‘지적하러 온 것이 아니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한다. ‘감사장으로 잠깐 올라오라’는 감사관의 전화를 받으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위축된다. ‘조사받으러 가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면서 서류철을 들고 감사장에 올라간다. 자주 수다를 떨었던 회의실인데도, 종합감사 감사장이 된 뒤로는 출입문에서 싸늘한 에너지가 스멀스멀 나오는 것 같다.
종합감사는 상급부서의 지시를 위반한 것이 있는지, 직전 감사 시 지적한 과오가 반복되고 있는 지 본다. 시스템에 탑재되어 있는 숫자보다는 예산 항목의 적정성, 계획에 따른 집행 여부, 증빙서류를 본다. 행정실수로 초과하여 지급된 것은 환수하고, 지급되지 않은 예산은 받아야 할 사람에게 지급되도록 조치한다. 기초자료를 허위 여부도 확인해야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으면 찾아내기 쉬운 것은 아니다.
종합감사는 기본적으로 반복 업무에 대한 감사다. 피감기관은 비슷한 업무를 하고, 직원은 비슷한 실수를 비슷한 정도로 반복한다. 비슷한 실수에 대하여 지적한 감사사례가 여럿이니 감사관도 관례에 따라 비슷하게 처분하면 된다. 서너 명의 감사관으로 업무 전체를 감사한다는 물리적 한계와 주기를 가지고 있는 종합감사의 구조가 감사 결과를 더욱 비슷하게 만든다.
원하는 종합감사의 방향은 간명하다. 감사결과가 작을수록 좋다. 방향을 써 본다. 상급기관 감독에 문제가 없고, 피감 기관장도 문제가 없고, 그동안의 감사에도 문제가 없었다. 고의적으로 부패한 담당 직원도 없었지만, 아쉽게도 행정실수는 있었다. 몰라서 위반한 것일 뿐 교육만 잘 한다면 과오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종합감사 결과 중한 문책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조직은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할 각오를 해야 한다. 생각나는대로 써본다. 상급기관장과 피감 기관장은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이며, 기능별 감독이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며, 지난 감사 때에도 놓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동안 지적하지 않았던 다른 피감 기관에는 유사한 사례가 없겠는가. 부패한 직원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 직무 교육 담당자는 무엇을 교육한 것인가.
종합감사는 ‘비슷’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비슷한 업무에 대하여, 비슷한 감사를 하고, 비슷한 처분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