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서 살아남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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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진실은 무엇인가’를 궁금해한다. 뭘 할 건 아니지만, 본능처럼 궁금해한다. 퍼즐을 하나씩 찾아가며 자신의 추리와 맞춰본다. 비위가 밝혀지면,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문책수위가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나간 사실은 고정되어 있고, 금지규정은 이미 존재하고, 징계양정기준은 정해져 있으니 감사전문가가 항목별로 대입하면 자판기에서 음료수가 나오듯이 문책수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한 생각이다.
지나간 사실도 사람마다 달리 인식할 수 있고,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은 더욱 적다. 금지규정에는 해석의 여지가 넓은 개념이 많고, 각종 예외규정이 도처에 깔려 있다. 징계양정기준을 열어보면 기준개념도 넓고 모호하다.
구체적인 판단은 넓고도 넓은, 모호하고도 모호한 기준을 이용해 사람이 한다. 결국 감사관이 판단한다. 현장에 도착해 사실을 확인하고 비위자를 조사한 감사관이 비위관련 보고서를 만들것이며, 징계양정기준에 적용할 양정 기초사실 역시 감사관이 확인할 것이다. 결국 감사관이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문책수위를 판단한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총리령 제1852호)의 징계기준을 한번 보자.
보다시피 징계양정기준의 구분점은 넓고도 넓으며, 모호하기도 모호하다. 감사관이 기댈만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감사관은 징계양정기준과 함께 처벌 유사사례를 찾는다. ‘유사’라는 것도 막연한 개념이지만, 기관장의 결심을 받을 때는 징계양정기준과 유사사례를 함께 보고할 수밖에 없다. 기관별 특성도 있으니 특별한 사정없이 직전 유사 사례와 문책수위에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 자칫 기관별, 직급별, 출신별, 연령별 차별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양정기준과 유사사례를 함께 포함해야 공개되는 감사보고서의 객관성을 보강하고, 기관장의 결심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징계위원회가 열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징계위원도 징계양정기준과 유사사례를 참고하여 징계양정을 정할 수밖에 없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https://sc.scourt.go.kr)에 가면 양형기준이 엄청나게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유리한 양형인자와 불리한 양형인자가 무엇인지 나열되어 있다. 행위태양은 무한대에 가까우므로 아무리 자세히 나열한다해도 모든 행위유형을 나열할 순 없다. 양형기준은 판례를 종합하여 만든 것이다. 그러니 ‘유사’사례를 여럿 살펴보고 재판하면 대부분은 양형기준에 부합한다. 재판을 하면서 불리한 양형요소와 유리한 양형요소를 찾아 양형기준에 부합하는 지 확인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감사관, 징계위원, 검사, 판사는 징계양정기준, 양형기준을 머릿속에 넣고 판단하지 않는다. 기준자체도 넓고도 막연해 온전히 기댈만한 것이 못 된다. 그들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징계양정감각과 양형감각으로 먼저 판단한다. 자신의 양정감각이 징계양정기준과 유사사례에 맞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놓친 것은 없는지, 추가 조사해야 할 것은 있는지 확인해 보며 영점을 수정해 나간다.
징계양정기준이 있는 건 맞지만, 비위자가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는 감사관이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