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2/3)
누구도 나를 대신해 느낄 수 없다.
공감하는 체 위로하지 말자.
나의 슬픔과 나의 고통은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다. 서로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그때서라야 우리는 위안을 받는다. 레이먼드 카버의 글처럼 그저 함께 따뜻한 롤빵을 권하는 것만이 위로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그들이 각자 접시에 놓인 롤빵을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레이먼드 카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슬픔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친 슬픔은 나를 광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녀는 품속에서 자기 아들의 장식 달린 조그만 허리띠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보자마자 흐느낌으로 몸을 떨엇다.
얼굴을 가렸던 손가락 사이로 갑자기 강물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제1부2권
너무 가난하지도 말자. 그건 죄니까.
가난은 죄가 아니지요. 그건 진리예요. 하지만 극빈은 선생, 극빈은 죄입니다.
가난 속에서는 타고난 고귀한 감정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지만, 극빈 속에서는 누구도 절대 그럴 수 없지요.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문학동네 32쪽
권력에 취하지도 말자.
그건 중독이다. 중독된 자는 자신만이 선이므로 진정한 선의로 다른 사람을 끝내 바꾸려하게 된다. 바뀌지 않는 자를 증오하고, 증오를 통해 연대하고, 연대를 통해 동료부터 지배한다. 선의에 기반한 악인이 된 것이다.
오로지 각자 자기 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괴로워하고,
가슴을 치면서 울부짖으며 손을 쥐어 틀었다.
그 전염병은 점차 기세등등해져서 더욱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죄와벌 에필로그 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