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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풀은 뽑지만 나무는 못 뽑아서요

상황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by 김필영





2024년 마지막, 개인적으로 조금 큰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 나는 내가 아이 둘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밤에 일을 주로 해야 하는 글로성장연구소의 업무가 내게는 부담이었고, 낮에 주로 열리는 강의나 강연 역시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글로성장연구소 업무는 대표인 최리나 작가님이 이해를 많이 해준 덕분에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실시간으로 계속 생겨나는 강의와 강연이었다. 나는 강의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외부적인 상황에 의해서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실은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아주 큰 일이었다. 여기 밝히기는 어렵지만 너무 큰 일을 겪자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마음속으로 덤덤히 그때 당시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내가 노력해서 하루종일 풀을 뽑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손으로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나무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나.




두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상황이 많이 나아진 덕분에 1월에도 몇 번, 2월에도 몇 번, 3월 강의까지 벌써 몇 건을 잡아놓기는 했다. 그러나 12월, 그때 이후 깨달았다. 내가 강의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도 대비를 해야 함을. 나는 가족의 구성원이고 아직 아이들이 어리므로. 그리고 내게는 그런 것들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하므로.

그런 날이 언제든 성큼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거창한 것은 아니고 브런치스토리에 이렇게 글을 올리고 스레드에도 한 줄씩 글을 올려보고 유튜브도 다시 개설하는 것. 또한 전자책도 집필해 보고 펀딩도 해보고 못해보았던 온라인에서의 활동을 꾸준히 해보는 것. 연재할 주제가 있다면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해서 구독서비스도 열어보려고 한다. 기존 글로성장연구소 스마트스토어는 이미 있지만 1대 1 강의 의뢰나 코칭 같은 것들도 할 수 있도록 개설해 놓으려고 한다. 온라인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일도 열심히 하고, 소통 같은 것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런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에도 할 수 있다. 하루종일 폰만 끼고 있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나라는 사람 몸뚱이가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니까. 또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본격적인 활동을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콘텐츠를 떠나서 2025년에는 밝은 색의 옷도 좀 자주 입어보고, 새롭게 시작한 요가도 좀 열심히 다녀보려고 한다. 살도 좀 빼보고, 화사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화장도 자주 해보려고 한다. 발이 묶여있으니 이참에 새로운 기회를 많이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있으면서 함께 살고 있는 반려햄스터 햄찍이와 햄찌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좀 더 줘야겠다. 사소한 것에 사랑과 애정을 주면서 사소하지만 빛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지.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한번 지내보려고 한다. 이름을 찾아드립니다 라는 브런치북을 연재 중이었는데 삭제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공부하다 보면 분명히 지금 쓰려고 하는 방향과 조금 다른 결의 결말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언제쯤 사는 것은 좀 뭔가 코끼리인지 바퀴벌레인지 표범인지 모양새를 갖추게 될까. 내가 어떤 모양을 가진 사람인지를 알고 안정적인 삶을 살려면 대체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나야 할까.

그래도 한쪽 벽면의 마음을 비우고 나니, 아무 책이 꽂히지 않은 책장을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그 공간 사이로 또 다른 색연필로 색칠을 해보려고 한다. 그 어떤 것도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새로운 문을 똑똑 두드려본다.

괜찮으려나? 하긴 온라인콘텐츠사업이라는 게 내가 망한다고 자본금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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