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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에녹 Aug 09. 2023

좀전의 하늘과 지금의 하늘이 다르듯

오늘은 봉사활동을 했다. 어떤 행사에 두 시간 정도 주차 안내요원의 역할. 원래는 두 명이 해야 하는데 한 분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인해 나오시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나 혼자 안내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지난주에 이어 나는 두 번째 한 봉사활동. 저번에 간략한 설명은 들어서 혼자 해도 큰 탈이 없을 것 같았다.


삼십 분 정도 일찍 와서 행사장에서 주는 도시락을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찰 때쯤 물 한 모금 머금고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휘잉휘잉. 경광봉을 흔든다. 형광조끼를 입는다. 호루라기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름 목소리는 큰 편이니 혹여라도 성대를 써야 한다면 써야지. 하는 마음에 주차장 입구에 산송장처럼 버젓이 서있는다.


내가 하는 일은 들어오는 차들을 안내하는 일. 혹시라도 다른 업무로 오신 거라면 우회시켜 드리는 일. 차들이 많이 들어와 주차 공간이 협소해지면 교통을 통제하는 일. 나름 하나씩 나열해 봤는데 이게 전부이다. 차들은 그리 많지 않아서 가만히 뒷짐 지고 서 있는 시간이 많다.


한 시간 정도 서 있었나.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조금씩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물들어 가는 하늘은 왜 이리 예쁜 건지 핸드폰 보는 시간보다 하늘 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노을빛에 반사된 구름을 보고 있다 보면 해가 지는 시간이 참 아깝단 말이지.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니 구름이 멈춘 듯하다. 구름이 유난히도 느린 날. 어디로 가야 할지 머뭇대는 것 같은 날. 나는 구름을 계속 보고 있는데 뭘 쳐다보냐고 말하듯이 구름도 나를 응시하는 것 같은 기분. 그러는 사이 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시간이 시작됐다. 행사 시간이 다 돼가니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차들이 막힘없이 들어온다. 한 분은 일찍 나간다고 최대한 바깥쪽에 대고 싶다 하시질 않나. 한 분은 출구 쪽으로 들어가시질 않나. 어떤 분은 주차하시느라 핸들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신다. 그러는 사이 차들은 빼곡히 쌓여만 간다.


내 어렸을 적 기질 중 하나는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든 몰아서 해낸다는 것. 벼락치기로 효과를 보는 타입이랄까. 차들이 내게 닥쳐오니 나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일으켰다. 무아지경의 상태가 된 듯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차장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좀 전에 그 구름이 어디로 갔지?”


사라졌다. 온데간데 없이 말이다. 하늘도 붉은빛에서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차들이 오기 전까지 한자리에 있던 구름은 어디로 흘러간 줄도 모른 채 사라지고 말았다. 속으로 아쉬움을 삼키며 내 할 일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꾸만 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따지고 보면 그 구름은 멈춰있던 게 아니었다. 그냥 천천히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을 뿐. 나는 우연히 본인만의 속도로 흘러가는 구름을 보았을 뿐. 그리고 때마침 그때 구름이 가장 아름다운 빛을 머금었을 뿐.


물론 그 아름다운 빛이 구름을 늘 비추지는 않겠다. 어두운 밤에도 구름은 떠다니니까. 그런데도 구름은 흘러가기만 한다. 비가 오는 날은 어딘가에 쫓기는 것처럼.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망부석처럼.


고개를 내렸다 올렸을 때의 하늘은 같은 하늘이 아니다. 아주 조금 미세하게라도 변한다. 어찌 보면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보다 미세하게나마 흘러가는 하루이지 않았을까.


그 구름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흘러가고 있는 거겠지. 누군가 보기에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아름다운 빛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지금이 가장 빛 나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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