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구나 Jun 20. 2024

딸에게 배우는 아빠

내 모습이 보이는 우리 딸


아침마다 두 딸과 함께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같이 출근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 데리고 출퇴근하고 등하원하는 것이 생각한 것보다 많이 힘듭니다...

아이들이 제 말을 잘 따라주면 좋을 텐데...

아직은 어린 친구들이라 제 말을 잘 안 따라주고 천방지축 개구쟁이들처럼 굴기 때문이지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아침마다 클래식 FM이라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딸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어 합니다.


'티니핑, 시크릿쥬쥬, 베베핀'


사실상 동요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어린이 가요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노래들이지요...

저도 아침에는 차분하게 출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아이들과 다툼이 항상 생깁니다.


딸1 : 아빠 티니핑 노래 틀어줘요!

라구나 : 아빠 아침이라서 클래식 듣고 가고 싶은데.

딸1 : 클래식 싫어! 티니핑 틀어줘~~

라구나 : 그럼 아빠 클래식 딱 한 곡만 듣고!

딸1 : 아니야 지금 틀어줘!!!


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마치 저에게 맡겨놓은 것을 내놓으라는 투로 이야기를 하니 저도 갑자기 짜증이 확 몰려왔습니다.


라구나 : 아니 아빠한테 왜 짜증 내?

딸1 : 아빠가 노래 안 틀어주잖아!

라구나 : 그렇다고 아빠한테 짜증 내도 되는 거야?

딸1 : 틀어달라니까!

라구나 : 너 혼날래?


그리고 딸은 울음을 터뜨립니다...


근데 그 짧은 대화의 순간에 갑자기 제 모습이 투영되었습니다.

부모님이나 와이프에게 짜증 내는 말투로 말을 하는 저의 모습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짜증 내면서 말할 이유나 권리가 전혀 없는데 습관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상대방은 얼마나 듣기 싫을까요?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구나 : 아빠한테 짜증 내지 말고 듣기 좋은 소리로 이야기하면 아빠가 틀어주잖아. 좋게 말 안 하니까 아빠가 혼낸 거야.


딸에게 이야기를 한 것인데, 저한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육아를 하면 이런 경험을 자주 합니다.

그러면서 부모님 생각도 나고 아내 생각도 나고 제 주변 사람들 생각도 많이 납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남자는 군대를 가야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요즘은 군대 가도 별로 영향이 없는 것 같고 자식이 생기면 확실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지만요...


딸아이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멋진 아빠가 되어야겠습니다...

딸에게 많이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08화 집을 산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