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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Apr 07. 2021

봉순이 언니를 러시아어로 번역한 이야기

한노 소설 번역 이야기 1

뿌쉬낀하우스와의 인연… 




러시아에서 유학하고 오면 취업이 잘 될 거로 생각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내세울 수 있는 거라고는 러시아의 수도도 아니고, 제2의 도시에 있는 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어 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것밖에 없었던 나는 러시아어를 조금 하는 정도로 취직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몇 달을 허비한다. 그동안 나는 러시아어 과외도 하고, 홈쇼핑 모델 통역 등을 하면서 또다시 방황 아닌 방황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러시아 유학 시절부터 들었던 뿌쉬낀하우스라는 어학원에 우연히 연락했고, 이력서를 제출하고도 꽤 시간이 흘러서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 무렵 뿌쉬낀하우스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이야 시강을 통과한 후에 강의를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시강을 하지 않고도 강의를 맡을 수 있었다. 짧은 실무자 면접을 거친 후에 나는 바로 강의를 시작했다. 




공지영 작가의 ‘봉순이 언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유학 시절 빚까지 갚아나가던 나는 학원 강의 수입으로는 생활하고 빚까지 갚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다른 수입원이 필요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던 나는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기관이 있고, 번역원에서 다양한 번역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공지영 선생님의 ‘봉순이 언니’를 단숨에 읽어버린 나는 운명처럼 ‘봉순이 언니’를 첫 번째 작품으로 선택했다. 나는 러시아에서 알게 된 까쨔라는 친구와 함께 번역 지원 신청을 준비했다. 




공지영 선생님께 전화해서… 




서류 중에는 번역 동의서가 있었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공지영 선생님께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에 정중하게 번역 동의서를 부탁했다. 선생님은 흔쾌히 동의서를 써주셨고, 우리는 작가님이 보내주신 번역 동의서, 원서 복사본, 번역 샘플 등 묵직한 서류를 하나하나 준비했다. 




김밥천국…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샘플 번역을 해서 마감일에 번역원 문을 두드렸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고, 아쉬움이 무척 많은 원고나마 털어버리듯 번역원에 제출하고 허한 속을 달랠 겸 김밥 나라에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두 달 뒤 거짓말처럼 우리의 첫 번째 샘플 원고는 내. 외국인 심사자들에게 고른 점수를 받으며 번역원의 심사를 넉넉하게 통과했고 그렇게 나는 한국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벌써 2005년이니 벌써 15년째 번역을 하는 셈이다. 그때는 이 역서가 나오기까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결국, 2016년에 이 책은 한국문학번역원이 선정한 우수 번역도서가 되었고, 그 이듬해에 나와 공역자는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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