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옛날옛적에 미국에 가면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최소한세 문장은 자연스럽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들었다.
“고맙습니다(Thank you)”, “실례합니다.(Excuse me)”, 그리고 플리즈(Please)“
그중에서 플리즈의 사용법에 대한 쳇지피티의 답이다.
"Please"는 영어에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뉘앙스를 가지며, 대화에서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를 나타내기 위해 자주 사용됩니다.
정중한 요청: "Can you pass the salt, please?"
허락을 구할 때: "May I leave early, please?"
감사를 표현할 때: "Please and thank you."
명령을 부드럽게 표현할 때 "Sit down, please."
기쁨을 주다: "He always tries to please his boss."
그러나, 이 보편적인 사용법 외에도 플리즈는 다른 형태로도 사용한다는 것을 블루밍턴에서 만나 톰을 통해 배웠다.
그도 메리와 마찬가지로 블루밍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다.
톰은 메리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으로 개인적인 사생활은 전혀 묻지 않았으며, 처음에는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 아침에는 그와 에세이 수업을 했으며, 글쓰기의 특성상 이때부터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미국 문화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했다.
톰 : 누군가가 계속해서 듣기 힘든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멈추길 바란다면 ”Please“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 : ???
톰 : 몇 년 전만 해도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가 대통령이 된다거나 심지어 후보에 나오려고 한다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 : 미국인들도 믿지 못했다는 거네요? ㅎㅎ
톰 : 그렇지. 그래서 누군가가 트럼프 이야기를 하면...
나 : 하면???
톰 : (두 손으로 책상을 약간 누르면서 상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플리즈.....(No more or Stop)
나 : ㅋㅋㅋㅋㅋ
작가 : J.D. Vance
* 작가 본인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
작품연도 : 2016년
이 작품 역시 메리의 북클럽에서 읽은 책 중의 하나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브런치에도 몇 편의 리뷰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왜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선거가 이미 끝났음에도 연일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올 정도로 이슈를 계속 만들고 있었으며, 경제, 안보분야에서는 우리나라를 무척이나 자주 언급했었다.
미국 백인이라고 하면 이민자나 흑인들과는 다르게 덮어놓고 많이 배우고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면 너무 무지의 극치일까?
책의 저자는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고작 31살의 나이에 자신의 회고록을 썼다. 삼십 대에 삶을 깨달았다고 하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며 시작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 만난 적 없는 아버지, 약물중독이며 여러 남자친구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어머니로 인해 어린 시절은 암울했다. 다만, 우리네 인생처럼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작가에게 든든한 지지자인 할머니가 존재했으며, 결국에는 온갖 역경을 딛고 예일 로스쿨에 들어가는 성공스토리가 메인테마이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은 JD가 어린 시절을 보낸 오하이오주 미들타운과 그의 가족의 뿌리가 있는 켄터키주 애팔래치아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노동자 계층이 직면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이 현재 미국 사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논쟁거리이기에 삼십 대 작가의 회고록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한 이유일 것이라고 나름 생각해 본다.
또한, 역설적으로 경제적 부를 달성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지역이기도 하다. 아마도 선거 공약이었던 “Make America Great Again”이 통했던 결과일 것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 또는 그 이전 조부모 세대가 꿈꾸었을 것 같은 JD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오보랩된다.
역경에도 불구하고, 저의 조부모님 두 분은
근면과 아메리칸드림에 대해 거의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Despite the setbacks, both of my grandparents had an almost religious faith in
hard work and the American Dream.
다시 저자의 생각으로 들어가 본다. 어떻게 책을 마무리할 것인가.
성공한 젊은 변호사로서의 삶, 어머니와의 극적인 화해와 용서, 또는 그가 겪었던 미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적극적인 사회활동가로 끝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가 내내 어렸을 때부터 시달려온 무서운 꿈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그중 하나는 일곱 살 때부터 지난 이십여 년간 그를 쫓아다니는 꿈으로, 커다란 방에 갇혀있는 꿈이다.
갑자기 어머니가 나타나 할머니와 누나인 린지가 도망가자 그들을 따라서 탈출구로 나가려 한 순간,
어머니는 바로 뒤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를 더욱 끔찍한 고통에 빠져들게 한 것은 사랑하는 할머니와 린지가 자기를 버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 할머니에게 가서 ”제발 나를 버리지 말라“라고 하면 머리를 토닥이며, 다시 잠들게 하셨다고 한다.
그가 고백한 거처럼 이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그의 서사에서 참담했던 어린 시절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은 지나가 버렸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이 좋은 추억이면 당신은 축복받은 삶을 선물로 받은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두 가지 선택지로 다가올 수 있다. 극복하거나 내내 시달리거나.
이젠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나도 그의 머리를 토닥여서 다시 잠들 수 있게 해 주셨던 할머니는 계시지 않았다.
사랑하는 부인을 바라보며, 강아지 캐스퍼의 머리를 토닥여주고 다시 잠이 든다고 쓰며 이 책은 끝이 난다.
가끔 메리와 정치 이야기를 나눈다. 메리네 형제들끼리 모이면 정치는 대화 주제로는 금물이라고 한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자 다시 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건에 연루된 내용들과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많은 미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의 정치제도로 그 많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하니, 플리즈라고 말해야 하나 싶다. (타격감을 전혀 줄 수 없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