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7. 재정의 아파트, 정자(오후)
홈쇼핑 방송 화면에 “매진” 글씨가 뜨고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정순, 미자.
정순/
오예! 매진이다!
정자 앞 주차장에 차 한 대 들어오고, 내리는 재정가족.
유민/
할머니~
정순/
왔어? 저녁까지 먹고 온다더니.. (미자에게) 나 먼저 들어갈게.
재정은 미자에게 말없이 목례하고 돌아선다.
미자/
어째 분위기가 쎄하네.
건강음료 빨대로 마시는 미자.
S#18. 재정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오후)
재정과 혜경은 각자 발끝만 쳐다보고 있고 정순은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간다.
정순/
사돈은 잘 계시지?
재정/
엄마, 이따 저랑 이야기 좀 해요.
정순/
그래.
S#19. 재정의 집, 정순 방(밤)
마주 앉은 정순과 재정.
정순/
내가 뭐 못할 짓 했니?
재정/
엄마 그거 하려고 유민이 안 본다 하신 거예요?
정순/
그게 어때서.
재정/
(한숨) 왜 하필.. 제가 처갓집에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아세요? 장인어른도 계신데.
정순/
창피했다고?
재정/
집에 있기 답답하면 그냥 친구들 만나서 차 한 잔 하세요.
아님 장모님처럼 문화센터 가서 뭘 배우시던가.
정순/
장모님처럼?
재정/
장인어른 공천 앞두고 계세요. 우리 그냥 조용히, 남들 눈에 안 띄게 살아요.
정순/
내가 왜 사돈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해?
재정/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도우미 쓰면서 여가 시간 즐기면 스트레스도 덜 받으실 테고..
정순/
고귀하신 사돈댁에 수준 맞춰 살아라 이거 아니야.
난 그렇게는 못한다. 아니 안 해!
주인집 눈치 보는 종도 아니고 내가 왜.. 기가 막혀서.
재정/
눈치를 보라는 게 아니라..
눈치 좀 보면 어때요. 주변 신경도 쓰고 적당히 좀 맞춰서 살자는 거죠.
정순/
나가라. 그만하자
재정/
(한숨) 쉬세요.
재정,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간다.
정순/
못돼 처먹은 놈!
혼자 분을 삭이던 정순, 서랍 속 통장을 꺼내 잔고 확인한다. 삼천만 원이다.
S#20. 지하철역 입구(낮)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한 정순, 휴대전화가 울리고 미자의 이름이 뜬다.
정순/
여보세요.
미자/
언니, 갑자기 집을 왜 나가!
정순/
대화와 타협을 해도 모자란 판에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어.
나보고 점잖게 살라잖아! 처갓집 보기 창피하다고.
미자/
어제 그러고 가더니 사달이 났네 났어.
정순/
너 입조심, 알지?
전화 끊고 한숨 쉬는 정순.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을 살피며 연락할 사람을 찾는다.
명수 이름을 보고 고민하는 정순.
S#21. 지하철역 입구(낮)
헐레벌떡 뛰어오는 명수, 고개 반쯤 들고 살짝 손 들어 보이는 정순.
정순/
여기!
명수/
(숨 고르며) 아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
(트렁크 보며)이 짐은 다 뭐예요
정순/
천천히 설명할게.
(주변 살피며) 일단 가자.
명수/
갈 데는 있어요?
정순/
아니 없어.
명수/
(헛웃음)와, 이 누나 진짜 대책 없네.
명수는 정순의 트렁크를 빼앗고 한 손으론 정순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향한다.
S#22. 모텔 앞(오후)
모텔 앞에 서 있는 정순과 명수.
언뜻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명수의 손을 몇 번 뿌리치던 정순, 결국 두 사람 함께 모텔 안으로 들어간다.
S#23. 모텔 데스크(오후)
데스크 직원에게 다가가는 명수, 심드렁한 표정의 직원이 명수를 쳐다본다.
직원/
쉬었다 가세요?
명수/
그건 아니고...
직원/
없어요, 방
명수와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정순이 고개 푹 숙이고 서 있다.
그 옆을 팔짱 낀 젊은 남녀가 수군거리며 지나간다.
어딘가 전화 거는 명수
명수/
여보세요? 김사장! 사업 잘 되나 봐?
우리 사촌 누님이 집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당장 갈 데가 없다고 해서
내가 이리로 모셨거든.
방이 없다 그러네.
통화하면서 정순 쳐다보는 명수. 걱정 말라는 듯 눈 찡긋.
명수/
어, 어, 그래 나중에 대포 한잔 하자고!
전화 끊고,
명수/
가요
S#24. 모텔방 안(오후)
모텔방 현관. 정순은 안으로 선뜩 들어가지도 못하고 망설인다.
정순의 손목을 낚아 채 방으로 이끄는 명수.
정순/
어머머. 왜 이래.
명수/
비켜야 짐이 들어오죠.
뒤에 모텔 직원이 트렁크 가방을 들고 서 있다.
S#25. 모텔방 안(오후)
모텔방 안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정순과 명수.
어색한 정순은 헛기침만 한다.
명수/
누님 이 참에 제대로 해보는 건 어때요?
정순/
(경계하듯) 뭘?
명수/
일이요. 방송 보셨죠? 누님 소질 있어요.
정순/
아니, 뭐..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 그거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 실버모델.
명수/
누나 고등학교 다닐 때 잡지 표지 모델도 했잖아요.
쭉 했으면 지금쯤 대한민국 연예계에 한 획을 그었을지도 모르죠.
왜 그렇게 결혼을 일찍 해서.
정순/
재정이 들어서는 바람에 결혼 말고 다른 수가 없었어 그때는.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명수.
명수/
누님! 돈 좀 있어요?
정순/
돈은 왜?
명수/
딱 세 장, 내가 친한 드라마 감독이 있는데 이번에 미니 하나 들어가거든요.
다 캐스팅 됐고 주인공 엄마를 찾는 중인가 봐요. 누님이 딱인데.
정순/
(웃음) 내가 어떻게 해~ 고두심도 아니고
명수/
감독이 이번에 신인 중에서 찾는대요.
중요한 건 배역이 기가 막혀서 하기만 하면 무조건 뜬다 이거죠.
유명 탤런트 중에도 하겠다는 사람 줄 섰어요.
그런데 감독 고집이 워낙 세서..
정순/
그래? 그래도 돈 주고 출연하는 건 좀...
명수/
(호탕한 웃음) 우리 누님 진짜 순진하시네요.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 투자예요 투자.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고 성공하면 같이 나누는 거, 그런 이야기 못 들어보셨어요?
누님은 개인 투자자가 되는 거죠.
정순/
아...
명수/
천천히 생각해봐요. 누님이 딱이라니까요.
-5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