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Mar 07. 2022

입학식에 가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

국민학교 입학식 날 나는 할머니와 둘이서 학교에 갔다. 아버지는 일을 나가셔야 했다. 어머니는 일자리로 야쿠르트 배달일을 알아봤는데 그곳에서 3월부터 출근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를 할머니에게 맡겼다. 그런데 학교를 하루 다녀온 나는 할머니와 학교에 간 게 창피했던지 다음날부터는 할머니와 같이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어머니는 큰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둘째 날부터 며칠 간은 큰어머니가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셨다.


중년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이 유년의 기억이 가시처럼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세상이 두 쪽 나도 아이 입학식에 가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아이에게 나와 같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이번 3월, 8살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식은 반별로 하지만 코로나로 보호자는 학교에 입장할 수 없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래도 아이와 같이 학교까지 걸어가 손 흔들어 보내고 점심때 맛있는 거 사 주고 돌아올 계획이었다. 회사일이 빠듯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2주 전부터 이날 휴가를 내겠다고 회사에도 말했다.


하지만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사무실에 병가자가 생겼고, 입학식 날에 새로 뽑은 직원들이 첫 출근을 하기로도 되어 있어 나마저 자리를 비울 상황이 아니었다. 가까이 있으면 잠시 다녀오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광주에서 청주는 멀다. 갈 수 있을까? 혼자서 되지도 않을 일을 고민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지지난주 일요일, 딸아이를 불러서 아빠의 상황을 설명해 주고 아이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보니 입학식 때 함께 가지 못한, 아니 갈 수 없었던 부모님의 마음도 알 것 같다. 따뜻하게 보살펴 준 할머니와 큰어머니에 대한 감사함도 잊을 수 없다. 주말에 "친구 중에 아빠랑 온 친구 있었니?"라고 딸아이에게 물어봤더니 "한 명. 근데 걔는 엄마 못 오고 아빠랑만 왔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해서 오히려 좋았다. 그래도 남는 건 사진이라는데 아이 유치원 졸업날도, 초등학교 입학날도 함께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은 졸업식이 될 텐데 그때 나는 같이 학교에 갈 수 있겠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가겠다는 다짐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남겨둔다.


<사진출처:대교>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아빠가 주는 ‘이야기 사랑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