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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Mar 07. 2023

갈대와 소리

조용한 아침을 빌미 삼아 잠깐 흔들려 본다. 목 뒤로 뻐근한 월요병이 세력을 뻗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촉새처럼 떠들던 시간들이 허무했음을 상기한다. 밤과 아침의 차이는 음과 양의 길이 같아 도무지 그 길이를 가깝게 할 수 없는데, 자유자래로 뿌려놓은 생각과, 질러놓은 말이 눈뜨면 저만치 다르게 발견된다.


정신줄 놓으면 어느새 달려가 버린 시대의 유행이 멀찌감치 보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다. 변한 것 없어도 내 속의 생각이 자꾸 몰고 가는 상대적인 우울감이 있다. 옆에서 들리고, 앞에서 목격되는 현상들이 모두 내 속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잡음은 내 속에서 올렸고, 그것 때문에 흔들렸고, 그로 인해 우리는 그것은 삶이라 정의한다.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조용한 아침을 빌미 삼아 잠깐 흔들려 본다. 목 뒤로 뻐근한 월요병이 세력을 뻗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촉새처럼 떠들던 시간들이 허무했음을 상기한다. 밤과 아침의 차이는 음과 양의 길이 같아 도무지 그 길이를 가깝게 할 수 없는데, 자유자래로 뿌려놓은 생각과, 질러놓은 말이 눈뜨면 저만치 다르게 발견된다. 정신줄 놓으면 어느새 달려가 버린 시대의 유행이 멀찌감치 보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다. 변한 것 없어도 내 속의 생각이 자꾸 몰고 가는 상대적인 우울감이 있다. 옆에서 들리고, 앞에서 목격되는 현상들이 모두 내 속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잡음은 내 속에서 올렸고, 그것 때문에 흔들렸고, 그로 인해 우리는 그것은 삶이라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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