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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문 이룰성 Jun 17. 2021

먼저 연락을 안 한다는 것

 나는 삶이 크게 요동칠 만큼의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 타인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다.


 이럴 때 하는 연락도 예의상 '제가 이러하게 됐습니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고, 도움이나 관심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에 대한 궁금증이, 호기심이 상당히 많은 사람이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혼자가 되고 싶어 하고, 겪어보지 않은 환경에 나를 내던져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말하기도 힘든 환경에, 고독하게 모든 문제를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 나는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위기를 넘길 때마다, 나의 한계를 알게 되고 내가 전혀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될 때의 소름 끼침을 즐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혼자 살아간 지 6년이 될 때쯤, 나는 어느덧 '먼저 연락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30대를 코 앞에 둔 지금이 여태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인간관계에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적다.


 나 스스로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나를 파악하고 알아가는 것도 너무 바쁜데,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배려하고,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관심을 억지로 가지는 것이, 필요에 의해서 연락하는 것이 나에게는 왠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었다. '필요할 때만 가식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싫으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라고.


 연락을 몇 년에 걸쳐 오랫동안 먼저 하지 않아 보면 그때 알 수가 있다.

'연락'이라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똑같이' 몇 년간 서로 연락을 안 하다가, 어느 날 먼저 연락을 해서는 하는 말이
 "너는 왜 이렇게 연락을 안 하냐, 연락 좀 하고 살아라."라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과 조용히 관계를 끊어버린다. 눈치 봐가며 연락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 가지를 나에게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나름대로 많이 생각하고 어쩌면 큰 용기를 가지고 먼저 연락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년간 연락을 안 한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이 한 번의 먼저 한 연락의 행위에 대한 보답은, 억지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커피 한 잔 값을 내는 정도가 적당한 듯하다. 


 상대방이 이렇게 말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정말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연락이 너무 없어서 내가 조금 서운하기도 했어."

 
 적어도 이런 사람은 '똑같다'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쩐 일인지, 모든 인간관계가 단절될 줄로만 알았는데, 꾸준하게도 먼저 나에게 연락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친구들에게 가끔씩 연락이 올 때면 나는 반드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먼저 연락해줘서 고마워."

 

 이런 나에게도 먼저 꾸준하게 연락을 해주는 친구들은, 내키지 않아 했겠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는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연락을 먼저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과 통화하거나 연락할 때면 그때 그 순간만큼은 그들의 이야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 노력하고 애써 그들의 근황들을 떠올려 맞장구를 쳐주려고 한다. 그리고 내 얘기는 먼저 묻지 않는 이상 삼간다.


 그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는 것도 너무 귀찮다. 그럴 시간에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나도 과거에는 '형식적으로' 관계 유지를 위해 내키지 않는 연락을 먼저 해봤다.

나는 이때에도 반드시 이런 부질없는 연락을 안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고, 이러한 연락을 먼저 안 할 수 있는 용기와 환경이 임했을 때 나는 그것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몇 년이 지난 뒤의 결과는, '만족한다.'라고 평가하고 싶다. 


 나만의 고유한 영역에 불필요하고 쓸 데 없는,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정리했기 때문에 '나 자신이 더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을 느낀다. 나처럼 스스로에 대해 깊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감히 '극단적으로 혼자가 되어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에, 내 뜻대로 실행될 확률이 상당히 낮아진다.  외롭지만, 그 외로운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의 고집스러운 이 습관을 바꾸지 않게끔 한다.

 내가 바라던 삶의 강한 욕구를 만족스럽게 채워가고 있다. 현재의 나는, 나부터 제대로 알고, 나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다.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만큼 재밌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지금 이 환경은 나에게 최적화인 셈이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 이 습관을 더 유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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